연아,이제 ‘밴쿠버 대관식’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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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견제-판정시비 딛고 그랑프리 파이널 역전우승
“현재 프로그램 불완전 분단위로 쪼개 올림픽 준비”

제목: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왕 되기
주연: 김연아(19·고려대)
조연: 브라이언 오서 코치
○ 발단=올 시즌 첫 대회인 그랑프리 1차 대회에 참가했다.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이상 일본) 등 경쟁자들을 압도적인 점수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 전개=두 번째 대회인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선 쇼트프로그램에서 신기록을 세웠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다. 우승은 했지만 심리적 압박과 부담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 위기=일본 도쿄 요요기 제1경기장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김연아는 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65.64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석연찮은 점프 감점을 받았다. 1위는 안도 미키(66.20점). 일본 언론은 기자회견에서 김연아의 실수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위기였다.

○ 절정=5일 프리스케이팅이 열리기 전 공식훈련. 김연아는 점프 때 스케이트 날끼리 부딪쳐 왼쪽 안쪽 날이 납작해졌다. 연기에 장을 줄 수 있는 큰 사고였다. 현장에서 수리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5번째 선수로 나섰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토루프 점프를 더블로 처리했다. 그는 “첫 점프를 하다가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점프를 망치지 않기 위해 더블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 뒤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도 토루프의 회전수가 부족해 감점을 받았다. 두 차례의 점프 실수에도 이후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점수는 123.22점으로 합계 188.86. 마지막으로 연기를 펼친 안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19.74점으로 합계 185.94점을 받으며 김연아의 점수를 넘지 못했다. 김연아의 역전 우승. 이로써 김연아는 2년 만에 그랑프리 파이널 왕좌를 되찾았다. 올 시즌 나선 3번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쾌거도 달성했다.

○ 결말=김연아는 7일 전지훈련지인 캐나다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준비를 시작한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오래전에 올림픽을 향해 상세한 계획을 마련했다.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프로그램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계속 세부적으로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아의 ‘밴쿠버 여왕 되기’ 시나리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도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연아 “점프 잘못된 판정 어이없어”▼


“올림픽요? 마음 다스리기에 달린 것 같아요.”

우승컵을 안은 김연아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인터뷰 내내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러 악재로 마음고생을 한 흔적은 감출 수가 없었다.

점프에서의 석연찮은 판정은 ‘잘못된 판정’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두 눈으로 봤고 확인도 했다. 그런 결과가 나와서 어이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솔직히 이런 일은 많이 겪어서 이제 화도 나지 않았다. ‘또 시작이구나’라고 느낄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내내 힘들었을 법도 했지만 가장 힘든 대회는 아니었다. 그는 가장 힘든 대회로 지난해 고양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을 꼽았다. 당시 그는 아사다 마오(일본)에 이어 2위에 그쳤다.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해서 그런지 너무 부담이 컸다. 대회 기간이 두 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국내 관중의 과도한 응원과 관심이었다. 그는 “피겨는 응원보다는 관람을 하는 스포츠인 만큼 일방적인 응원보다는 제 연기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피겨를 자주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이 ‘337박수’를 칠 때는 당황스러웠다.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6분의 워밍업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기권도 생각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많은 일을 겪은 만큼 동계올림픽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이번 시즌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버리는 것이었죠.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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