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자프로대항전 ‘3재’를 넘어라

세대교체로 ‘삼재’(三災)를 무너뜨린다.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을 건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이 오는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류큐 골프클럽(파72·6550야드)에서 열린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총상금 6150만엔)은 완벽하게 세대교체를 이룬 한국의 데뷔전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여자골프를 꿰뚫고 있는 이지희(30·진로재팬)를 주장으로, LPGA 투어 3관왕에 오른 신지애(21·미래에셋)와 최나연(22·SK텔레콤), 지은희(23·휠라코리아), 김인경(21·하나금융), 유선영(23) 등 미국파와, 전미정(27·진로재팬), 송보배(23), 임은아(26) 등 일본파, 서희경(23·하이트), 유소연(19), 이보미(21·이상 하이마트), 이정은(21·김영주골프) 등 국내파가 타도 일본에 나선다.

박세리(32), 김미현(32), 박지은(31), 한희원(31)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모두 빠졌다. 한국은 세대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러 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경험 부족과 오키나와라는 낯선 환경, 그리고 홈 텃세의 삼중고를 이겨내야 한다.

한국팀은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처음 출전한다. 김인경, 유선영, 임은아, 이정은, 이보미 등 5명이 그렇다. 서희경과 유소연은 지난해 처음 출전 멤버로 발탁됐지만 대회가 취소되면서 이번이 첫 출전이나 다름없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낯선 오키나와도 불리한 조건 중 하나다.

대회가 열리는 류큐 골프장은 잔디의 결이 특이하기로 유명하다. 한국 선수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고려 잔디(잔디의 품종 중 하나)다. 제주도에 보이지 않는 ‘한라산 브레이크’가 있는 것처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홈 텃세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더해지면 한국 선수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행인 점은 신지애와 송보배, 서희경 등이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최나연, 전미정 등도 시즌 막판 절정의 샷 감각을 뽐내고 있어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신지애는 “그동안 한일전에서 별로 재미를 못 봤다”며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지금까지 골프를 치고 나서 운 것이 세 번인데 그 중 한 번이 2007년 한일전에서 2패를 당하고 나서였다”고 말할 정도다.

신지애의 역대 한일전 전적은 1승 3패에 그쳤다.

한국팀에 대항하는 일본대표팀은 역대 최상의 멤버로 짜여져 있다.

미츠카 유코(25)를 제외하고 일본투어 상위 랭커가 모두 출전한다. 일본여자골프 상금랭킹 1위 요코미네 사쿠라(24)를 비롯해, 미야자토 아이(24)가 5년 만에 한일전에 모습을 드러낸다.

LPGA 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등을 놓고 경쟁을 펼친 신지애와 미야자토 아이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의 흥행카드다.

상금랭킹 2위 모로미자토 시노부(23)와 고가 미호(27), 우에다 모모코(23), 아리무라 치에(22), 바바 유카리(27), 사이토 유코(42), 사이키 미키(25), 우에하라 아야코(26), 하라 에리나(22), 후쿠시마 아키코(36), 후도 유리(35) 등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와 달리 30대 2명, 40대 1명 등 고른 연령대가 눈길을 끈다.

모로미자토 시노부와 미야자토 아이는 오키나와 출신으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더해져 일본팀의 뒤를 든든하게 하고 있다. 2007년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은 다시 한번 홈 코스에서 승리를 따내겠다는 각오다. 우승팀에 1인당 300만 엔씩 3900만 엔, 진 팀은 1인당 150만 엔씩 총 1950만 엔을 준다. 역대 한일전 성적은 4승 1무 3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