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골키퍼가 2명?… 신태용 ‘신들린’ 용병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막판에 김용대 투입하며
정성룡은 필드로 돌려

성남, 승부차기로 인천 제압
서울 꺾은 전남과 25일 결전

퇴장 당해 스탠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연장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무전기로 벤치에 있는 김도훈 코치에게 뭔가 지시를 내렸다. 김 코치는 미드필더 김정우를 빼고 골키퍼 김용대를 투입했고 그동안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을 필드 플레이어로 돌렸다. 승부차기를 감안한 포석. ‘스탠드 용병술’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22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정규시즌 4위 성남과 5위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성남은 연장까지 1-1로 경기를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김용대의 선방에 힘입어 3-2로 이겨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성남은 21일 FC 서울을 역시 승부차기 끝에 3-2로 따돌린 전남 드래곤즈와 25일 안방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툰다.

김용대의 선방이 돋보였다. 성남 첫 키커 라돈치치가 크로스바를 넘기는 어이없는 실축을 했지만 김용대는 인천 첫 키커 유병수의 볼을 막아냈다. 이어 정성룡의 실축 등으로 이어진 2-2 상황에서 김용대는 인천의 네 번째 키커 정혁의 킥을 가슴에 안았다. 김용대는 5번 키커로도 나서 상대 골키퍼 송유걸을 가볍게 속여 3-2를 만들었다. 이런 김용대의 활약에 주눅이 든 것일까. 인천 챠디는 너무 힘을 줘 공을 차는 바람에 크로스바를 훌쩍 넘겼다.

이날 신 감독은 승부차기를 예견이라도 한 듯 정성룡의 등번호 1번이 새겨진 필드 유니폼을 오전에 준비한 것으로 밝혀져 신들린 용병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 감독은 “8일 수원 삼성과의 FA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김성환과 전광진이 실패해 오늘 승부차기에서 둘을 빼는 것을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정성룡을 필드 플레이어로 바꿨고 김용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남은 전반 인저리 타임 때 수비수 샤샤와 신 감독, 그리고 연장 후반 수비수 조병국이 퇴장당하는 등 9명이 싸우는 수적 열세 속에서도 끝까지 선전했고 결국 신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6위 전남은 21일 역시 연장 120분 혈투를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3위 서울을 3-2로 따돌렸다. 서울은 승부차기에서 이상협과 이종민이 실축하고 기성용의 슛이 전남 골키퍼 염동균의 선방에 걸리며 눈물을 흘렸다. 박항서 전남 감독은 “2007년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강호들을 무너뜨리고 정상까지 올랐듯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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