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연아의 마지막 숙제 ‘게임을 즐겨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7시 00분


‘김연아는 형편없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큰 경기를 이겼다(Yuna Kim wins big despite poor performance).’

16일(한국시간) 뉴욕 레이크플래시드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를 마친 뒤 나온 LA 타임스의 제목이다. 매우 객관적인 지적이다. 레이크플래시드에서 벌어졌던 그랑프리 5차 대회는 김연아와 경쟁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프리스케이팅 부문에서 김연아의 잇단 실수로 1위를 차지한 레이첼 플랫(미국)이 쇼트프로그램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2위에 머문 게 눈길을 끌 만했다.

LA 타임스는 미국에서 열린 이번 그랑프리 대회를 매우 작게 취급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자 ‘김, 연기로 최고 점수를 얻었다(Kim earns record score in performance)’였다. 이번 대회는 동부에서 벌어진데다 출전자 중 김연아를 제외하고는 어필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LA 타임스는 이번 경기에서 김연아에 대해 2가지를 주목했다. 하나는 김연아는 앞으로 3개월 남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까지 심리적 압박감에 상처를 입기 쉽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4년 전 데뷔 이후 최악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보여줬지만 2위에 13점 앞서면서 우승했다는 점이다.

LA 타임스는 밴쿠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 후보 김연아의 현재를 정확하게 짚었다. 김연아는 현재 경쟁자를 월등히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은 올림픽을 앞두고 중압감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올림픽은 4년을 기다리는 대회여서 심리적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무대다.

17세의 플랫은 2008세계주니어선수권 챔피언이다. 미국의 밴쿠버올림픽 기대주다. 이번 그랑프리 5차 대회 실수가 약이 됐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최근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부문에서 전년도 세계선수권자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경우는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바이울이었다. 바이울은 1993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1994년 릴리함메르에서 미국의 낸시 커리건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는 세계챔피언인 미국의 타라 리핀스키가 미셸 콴을 누르고 금메달을 수상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미셸 콴이 또 다시 무너지면서 미국의 사라 휴즈가 금메달 시상대에 올랐다. 2006년 토리노에서는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가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했다. 2005년 세계챔피언은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였다. 그녀는 동메달에 그쳤다.

미국의 감독들은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Have a fun!(게임을 즐겨라)”하라고 주문한다.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고 평소처럼 플레이하라는 의미다. 김연아에게도 가장 필요한 말이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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