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복수혈전이다. 번번이 아시아클럽 정상 길목에서 K리그 클럽의 자존심을 짓밟아온 상대를 제대로 만났다.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포항은 사우디의 알 이티하드와 마지막 자존심을 건 한 판을 벌인다.
K리그에는 기분 나쁜 과거였다. 2003년 출범한 챔스리그에서 알 이티하드는 2004년, 2005년 대회를 내리 제패했다. 그들이 첫 영광을 안은 2004년은 K리그가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시기. 전북을 꺾은 알 이티하드는 결승 상대였던 성남을 완파하고 축포를 쏘아 올렸다.
결승전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당시, 제다 원정 1차전에서 성남은 3-1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낙관했다. 그러나 악몽은 홈에서 가진 2차전이었다. 무려 5-0의 스코어는 지금도 한국프로축구사 최대의 참패로 회자된다. 아픔은 또 있다. 사령탑과 한국축구에 얽힌 뼈아픈 구원이다. 현재 알 이티하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은 2006독일월드컵 때 사우디대표팀을 이끌며 한국을 시련 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본프레레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은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칼데론호에 2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당시 패배의 여파로 본프레레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채 경질됐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았다.
포항 관계자는 “한국클럽과 대표팀 모두에 참혹함을 안겼던 알 이티하드를 반드시 꺾어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