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박정권 10월 쿠데타는 ‘마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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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7시 30분


스포츠심리학으로 본 두가지 상승비결“덤비지 말고 내 스윙만 집중했다”“투수도 타석당 실투 한번씩 한다”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이번스 대 기아타이거즈 경기가 1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3루 SK 박정권이 배트 부러지는 1타점 우전 안타를 치고 있다.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이번스 대 기아타이거즈 경기가 1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3루 SK 박정권이 배트 부러지는 1타점 우전 안타를 치고 있다.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박정권(29·SK)이 2009년판 가을의 전설을 쓰고 있다. 야구인들에 따르면 “지금 박정권의 페이스는 전성기 시절 이승엽(33)을 능가한다”는 평가. 8월 한 달 1할대에 타율에 시달리던 타자가 어떻게 이런 대변신을 할 수 있었을까.

○적정수준의 긴장만, 상황을 단순화시켜서 바라봐라

SK 김성근 감독은 “상무에서 제대한 이후부터 스탠스에 변화를 준 것이 정규시즌 막판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면서 “스윙 궤적도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박정권 본인이 느끼는 변화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변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그 때는 내(8월)가 덤볐고, 이제는 내가 덤비지 않으니 상대가 덤빈다.”

다수의 메이저리거에게 심리상담을 한 스포츠심리학자 게리 맥은 “슬럼프를 겪는 타자는 ‘인지적 불안(실패에 대한 우려)’ 요소가 커진다”고 말했다. 최대운동수행 능력 이상의 긴장상태에 빠져 슬럼프는 증폭된다. 맥이 말하는 극복하는 방법은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상황을 바라볼 것.” 하지만 이것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심리 상담프로그램을 통해 바뀌는 것을 박정권은 스스로 깨달았다. “용 써 봤자 안 되더라고요. 더 떨어질 데가 없으니까, (마음을) 비울 수가 있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딱 2가지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내 스윙만 하고 나오자.’, ‘덤비지 말자.’ 덕분에 적정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인지재구성, ‘불안 요소’를 긍정적인 요소로 바꿔라

박정권은 “상대 투수가 잘 던진 공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덤비지만 않으면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차피 투수들은 타석 당 한번 씩은 실투를 하기 때문.” 앞으로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투수들이 몸쪽 공 컨트롤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도리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질 수 있다”고 답한다.

박정권은 타자에게 주어진 모든 부정적 요소들을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를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인지재구성’이라고 한다. ‘당연히 금’이라는 부담 속에 있었던 베이징올림픽 태권도대표팀이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도움을 받아 톡톡히 효과를 본 프로그램.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챔피언에게는 챔피언만의 심리상태가 있다”고 얘기한다. 박정권의 10월 쿠데타는 그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됐다.

문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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