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월드컵서 대형사고 치고싶다”

  • 입력 2009년 9월 16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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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준비하는 허감독의 시선

“월드컵에서 사고치고 싶다.”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허정무(54) 대표팀 감독을 15일 축구회관에서 만났다. 최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3-1로 승리하는 등 월드컵 본선 준비가 순조로운 듯 보이지만 허 감독은 “한시도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사고를 치고 싶다”는 허 감독에게 본선 준비와 대표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월드컵 본선에서 사고치고 싶다

허 감독은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매번 현장에 있었다. 86년엔 선수, 90년엔 트레이너, 94년엔 코치, 98년과 2002년엔 TV 해설, 2006년엔 관중 입장에서 월드컵을 곁에서 지켜봤다. 특히 선수와 코칭스태프로 참가한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후회를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만큼은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한다. 허 감독은 “‘나중에 이걸 좀 더 할 걸’하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후회 없이 겨뤄보고 싶다. 사고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소집 때 보면 선수들도 마음속에 그런 마음이 싹 트고 있다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6강을 목표로 제시했다.

허 감독은 “우선 조별리그를 통과해야만 그보다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16강에 한번도 들지 못했다. 16강이 현실적인 목표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허 감독은 남아공의 고지적응훈련을 계획 중이다. 허 감독은 “내년 1월 겨울 전지훈련과 월드컵 본선 직전 훈련기간을 통해 고지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주전경쟁은 월드컵 본선까지

허 감독은 이번 호주전에서 시도한 ‘올드보이’의 복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기력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설기현, 김남일, 이동국이 대표팀에 합류해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걱정했던 팀과의 융화는 기대이상이었다. 훈련이 없는 오전에 대부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개인훈련을 하는 등 월드컵 본선에 나서기 위해 선수들 스스로 준비하며 한 데 어울렸다. 허 감독은 최종엔트리 결정 직전까지 이런 경쟁체제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최종엔트리를 제출하는 대회 한 달 전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체제를 유지하고 싶다.

대표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허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해외파들이다. 주전경쟁에서 밀린 설기현(풀럼), 이청용(볼턴), 조원희(위건) 등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허 감독은 “호주전을 마치고 돌아가는 선수들에게 따로 이야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히 설기현에게는 당부를 많이 했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전과 달라졌더라. 좀 더 분발해 출전기회를 얻는 게 본인 뿐 아니라 대표팀에게도 소득이 될 것이다”고 재차 당부했다고 한다.

○끊임없는 스킨십이 만들어내는 팀워크

허 감독은 선수들과의 끊임없는 스킨십을 통해 팀을 만들고 있다. 대표팀이 소집되지 않는 기간에는 코치들에게 선수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컨디션 체크와 함께 보강해야할 부분에 대해 조언하도록 했다. 또한 선수들이 소집되면 잠시 시간을 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수들이 원하는 부분과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율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선수들이 대표팀 소집을 마치고 돌아가기 직전에도 몇 명은 따로 불러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 편이다. 호주전을 앞두고 소집 때는 기성용과 이청용 등과 따로 이야기했고, 호주전을 마치고는 설기현, 김남일과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허 감독은 “염기훈의 경우 부상 중에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면서 체크하고 조언을 했다. 해외파들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연락하면서 체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지금까지도 많은 고비들을 넘겨왔고, 본선까지 남은 기간에 반드시 힘든 과정이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슬기롭게 잘 대처한다면 본선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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