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는 또 한번 ‘혼의 야구’로 회자되고 있다. ‘2009년판 혼의 야구’는 당시의 ‘혼’과는 사뭇 다르다. 올해는 ‘상대팀 혼내주는 야구’라는 뜻에서 나온 패러디다. LG로서는 혼만 내주다 결국은 패한 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점수차로 뒤지다 경기 후반 괴력을 발휘하며 따라붙지만 1점차로 지는 상황이 숱하게 반복됐다.
가까운 사례는 9일 대구 삼성전. 6회까지 0-7로 뒤지다 기어코 7-7로 따라붙었지만 연장 11회에 7-8로 패했다. 5월 12일 잠실 SK전에서는 1-9로 뒤지다 9회말에만 8점을 뽑아내며 9-9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12회에 10-16으로 패하기도 했다. 6월 2일과 3일 한화전에서 초반 대량실점 후에 뒤늦은 추격으로 다 따라붙었지만 이틀 연속 10-11로 진 것도 잊을 수 없다. 5월 21일 광주 KIA전에서는 3-9로 뒤지다 연장 12회 접전 끝에 13-13 무승부, 8월 14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1-8로 끌려가다 9회초에 2점을 내주면서 11-14로 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가쁠 정도로 이런 경기 양상이 많았다.
그러나 간간이 대역전극을 펼쳐 상대를 혼쭐낸 경기도 나왔다. 4월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0-5로 뒤지다 8-5 역전승을 거뒀고, 5월 15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5-13으로 끌려가다 22-17이라는 핸드볼 스코어로 역전승하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 1위와 4위를 놓고 치열한 순위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LG가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8경기가 남아있는 LG는 우선 15-16일 잠실에서 SK와 만난다. 하루를 쉰 뒤 18-20일 광주에서 KIA와 주말 3연전을 펼친다. 23일 한화전 이후 25일 롯데와 상대하고, 일정이 잡혀있지 않지만 히어로즈와도 1경기가 남아있다.
상대팀으로서는 LG는 반드시 꺾어야하는 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5-6점쯤을 앞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대인 LG에 한 두 팀은 혼쭐이 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에이스 봉중근의 출격일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혼의 야구’에 걸리면 이기더라도 출혈이 극심하다. 패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누가 혼날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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