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혼의 야구’는 ‘혼’만내다 끝나는 야구?

  • 입력 2009년 9월 15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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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야구는 1990년 우승할 때 ‘혼(魂)의 야구’로 일컬어졌다. 그해 MBC 청룡을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LG는 6월 3일까지 꼴찌로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백인천 감독의 지휘 아래 이후 기적 같은 승률을 올리며 페넌트레이스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신화를 썼다. 6월을 꼴찌로 시작해 우승까지 치고나간 사례는 1990년 LG가 유일하다. 선수단이 승리를 향해 한마음이 됐고, 결국 기적의 우승을 달성하자 ‘혼의 야구’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됐다. 혼이 깃든 우승이라는 의미였다.

올 시즌 LG는 또 한번 ‘혼의 야구’로 회자되고 있다. ‘2009년판 혼의 야구’는 당시의 ‘혼’과는 사뭇 다르다. 올해는 ‘상대팀 혼내주는 야구’라는 뜻에서 나온 패러디다. LG로서는 혼만 내주다 결국은 패한 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점수차로 뒤지다 경기 후반 괴력을 발휘하며 따라붙지만 1점차로 지는 상황이 숱하게 반복됐다.

가까운 사례는 9일 대구 삼성전. 6회까지 0-7로 뒤지다 기어코 7-7로 따라붙었지만 연장 11회에 7-8로 패했다. 5월 12일 잠실 SK전에서는 1-9로 뒤지다 9회말에만 8점을 뽑아내며 9-9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12회에 10-16으로 패하기도 했다. 6월 2일과 3일 한화전에서 초반 대량실점 후에 뒤늦은 추격으로 다 따라붙었지만 이틀 연속 10-11로 진 것도 잊을 수 없다. 5월 21일 광주 KIA전에서는 3-9로 뒤지다 연장 12회 접전 끝에 13-13 무승부, 8월 14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1-8로 끌려가다 9회초에 2점을 내주면서 11-14로 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가쁠 정도로 이런 경기 양상이 많았다.

그러나 간간이 대역전극을 펼쳐 상대를 혼쭐낸 경기도 나왔다. 4월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0-5로 뒤지다 8-5 역전승을 거뒀고, 5월 15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5-13으로 끌려가다 22-17이라는 핸드볼 스코어로 역전승하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 1위와 4위를 놓고 치열한 순위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LG가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8경기가 남아있는 LG는 우선 15-16일 잠실에서 SK와 만난다. 하루를 쉰 뒤 18-20일 광주에서 KIA와 주말 3연전을 펼친다. 23일 한화전 이후 25일 롯데와 상대하고, 일정이 잡혀있지 않지만 히어로즈와도 1경기가 남아있다.

상대팀으로서는 LG는 반드시 꺾어야하는 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5-6점쯤을 앞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대인 LG에 한 두 팀은 혼쭐이 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에이스 봉중근의 출격일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혼의 야구’에 걸리면 이기더라도 출혈이 극심하다. 패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누가 혼날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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