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정수근 야구인생 끝나나

  • 입력 2009년 9월 4일 0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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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상벌위 ‘정수근 무기한 실격’ WHY & NEXT… “새벽4시까지 음주” 결정적 징계근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3일 정수근(32)에게 내린 무기한 실격선수 징계는 타당한가?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는데 판결부터 난 ‘이상한’ 상황이지만 사안을 정리하면 이렇다.

정수근의 말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롯데의 무조건 퇴출 ▲KBO의 두 번째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은 가혹한 조처일 수밖에 없다. “맥주 두 잔 마신 것 갖고 사람을 저렇게 만드느냐?”란 반(反)KBO, 반(反)롯데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신고자의 최초 증언이 사실이라면 정수근은 술 먹고 난동부린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수근이 ‘재범’이라고 확신했더라면 KBO는 원래 받았던 무기한 실격선수보다 엄중한 영구제명을 시켜야 순리다.

결국 KBO 상벌위원회의 선택은 ‘정수근의 말을 100%% 신뢰할 순 없다. 그렇다고 수사기관이 아닌 상벌위가 거짓을 입증해서 은폐·왜곡 시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현실을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진위야 어쨌든 사회적 물의, 프로야구 품위 손상”을 징계사유로 공표한 대목에서도 당혹감이 묻어난다.

롯데 경위서 정수근 주장 반박 내용 - 웃통 논란, 신고자 진술번복 불신감

○경위서엔 무슨 내용이?

롯데가 3일 KBO에 제출한 사건 경위서엔 정수근의 주장, 롯데 구단의 조사 내용, 경찰 증언, 신고자의 진술 등이 두루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제 정수근은 우리 손을 떠난 선수이니 차후 판단은 KBO 상벌위가 알아서 하라’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여기다 상벌위는 3일 정수근을 따로 소환, 30분간 소명시간을 줬다. 회의 막판 또 한번 불러서 최후진술까지 들은 것이다. 그러나 상벌위는 정수근의 변론을 결과적으로 ‘기각’했다. 롯데가 제출한 경위서에 정수근의 결백 주장을 뒤엎을만한 ‘재료’가 담겨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경위서 중 롯데 구단 조사 보고서엔 “처음 신고자 박 모 씨는 ‘가게 에어컨이 고장 나서 그랬는지 정수근이 웃통을 벗고 맥주를 마셨다. 이에 다른 손님 눈도 있고 해서 귀가시키려고 112에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나중에 ‘허위신고’라고 말을 바꿨다”란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앞서 112 신고에 녹취록은 “야구선수 정수근이 술에 취해 옷 벗고 난리다”였다. 상벌위는 112 녹음과 롯데 구단의 최초 조사내역이, 신고자가 ‘허위신고’라고 번복한 발언보다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또 하나, 경위서는 “정수근이 그 주점을 나와서 다른 술집을 찾아가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란 내용을 담고 있다. 롯데가 정수근의 퇴출을 결단한 핵심 배경이 이것이었다. 상벌위 관계자 역시 이 대목을 징계의 결정적 근거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수근은 사건 직후인 1일엔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단 보도도 있던데 말도 안 된다.맥주 두잔만 마시고 바로 집에 들어와 잤다”고 했다. 그러나 3일 경위서의 내용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비즈니스 관계로 새벽 4시까지 지인을 만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백 입증하라”…공은 정수근에게 선수협 개입예고…논란 확대될 듯

○결백을 입증하라

정수근은 1일 롯데의 퇴출 통보는 선선히 수용했다. 그러나 3일 KBO의 징계엔 “법적 대응”으로 ‘투쟁’을 선언했다. 그 방편으로 정수근은 KBO 출두에 앞서서 선수협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 이상일 총장은 “선수협 사무총장에게서 ‘변호사와 합의해 정수근을 법적으로 대리하겠다’란 요지의 전화를 받아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고 들려줬다.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 직후 KBO는 “결백을 입증하면 처벌을 경감해줄 수 있다. 정말 떳떳하다면 그 신고자를 소송하든지, 입증해 와라”란 단서를 달았다. ‘혐의 입증’이 아니라 ‘결백 입증’이란 초유의 과제가 정수근 앞에 놓여진 셈이다.

여기에 선수협까지 가세할 형국이어서 판은 더 커졌다.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어떻게든 법적 공방 와중에 ‘단 하나의 진실’에 접근할 개연성은 높아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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