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동아시아대회 준비 홍콩의 ‘실용주의 실험’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개회식은 항구서 폐회식은 실내서”

선수촌을 따로 짓지 않았고 경기장도 대부분 기존 시설을 활용했다. 2006년 아시아경기대회 개막 20일을 앞두고도 시내 곳곳이 공사 중이던 카타르 도하와는 달랐다. 하지만 처음 치르는 종합 국제대회에 대한 홍콩의 관심은 올림픽 개최 도시 못지않았다.

홍콩은 12월 5일 개막하는 제5회 동아시아대회를 앞두고 29일 주자 65명이 주룽 반도와 홍콩 섬을 오가는 성대한 성화 릴레이를 했다. 홍콩의 사이클 영웅 웡캄포가 첫 번째 주자로 나섰고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라이산(윈드서핑)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대회 주제가를 부르는 데 참여한 한국 가수 채연도 7번째 주자로 나섰다. 성화 릴레이를 앞두고 열린 식전 행사에는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을 포함해 창탁싱 민정부 장관, 티머시 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가해 동아시아대회에 대한 홍콩의 관심을 보여줬다.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 오랜 세월 영국의 영향을 받아 테니스와 7인제 럭비, 스쿼시 등이 인기가 있지만 스포츠로서는 변방이었던 게 사실이다. 창 탁싱 장관은 “홍콩은 그동안 금융으로만 유명했다. 스포츠와 문화로도 알려지기 바란다. 이번 동아시아대회는 그 시작이다”고 말했다.

홍콩은 땅이 좁다. 서울의 1.8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지으며 국제대회를 유치했던 아시아의 다른 도시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개회식은 스타디움 대신 홍콩의 상징인 빅토리아 항구에서 열린다. 근처 홍콩 문화센터에 입장료를 받는 좌석을 만들지만 주무대는 50만 명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항구다. 폐회식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숙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 호텔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외형과 규모 대신 실용주의를 표방한 홍콩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시아 스포츠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콩=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동아일보 이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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