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즈 특별기고]“마약선수엔 어떤 관용도 없다”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첼시 방출 무투 ‘배상금 갈등’ 교훈

5년 전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방출된 ‘골칫덩이’ 아드리안 무투(30)와 관련된 쇼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무투에게 첼시가 그를 영입할 때 쓴 이적료만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미 같은 판결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CAS는 세계 최고 권위의 스포츠 관련 재판기관이다.

무투는 2004년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을 흡입한 사실이 들통 나 첼시에서 낙인이 찍혔다. 첼시의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그를 영입하기 위해 이탈리아 파르마에 1500만 파운드(약 310억 원)를 지불했다. 그러나 마약 흡입 사실이 드러나자 과감히 그를 버렸다. 이 사건은 축구계에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바로 ‘마약엔 어떤 관용도 없다’는 것.

무투는 뒤늦게 반성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난 뒤였다. 그는 뉴스 캐스터인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뺏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포르노 여배우와의 ‘은밀한 관계’까지 폭로됐다.

첼시 구단은 인내심을 잃었다. 무투를 영입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하고 조제 모리뉴를 감독직에 앉혔다. 모리뉴는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무투를 싫어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달리던 첼시는 ‘골칫거리’ 무투를 내쫓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무투에게 2만 파운드(약 4100만 원)의 벌금을 물렸다. FIFA도 잔여 시즌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무투는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관심을 보였다. 유벤투스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를 영입했다. 2년 뒤 유벤투스는 800만 유로(약 140억 원)를 받고 무투를 같은 리그 피오렌티나에 팔았다. 무투는 피오렌티나에서 리그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했다.

이에 첼시는 이탈리아 클럽들에 합당한 대가를 요구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결국 첼시는 무투 개인에게 배상금을 내라고 압박했다. FIFA는 무투에게 1717만3990유로(약 305억 원)를 지불하라며 첼시의 손을 들어줬다. CAS 역시 FIFA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무투는 여전히 배상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CAS의 결정은 정당하지 않다. 젊은 시절에 한 실수에 대한 대가는 이미 충분히 치렀다”고 주장했다.

재혼해 2명의 아이를 둔 무투는 현재 피오렌티나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명문 팀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거절했다. 그는 “선수로서나 인간적으로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평온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난 스포츠맨이지만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조치란 첼시의 요구를 법정까지 끌고 가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첼시냐 무투냐.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축구 팬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빨리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 논쟁은 무투가 선수로 뛰는 기간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랍 휴즈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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