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봉중근의 눈물… 부친 3번째 간암 재발

  • 입력 2009년 8월 21일 08시 11분


봉중근 부친 봉동식씨 간암재발 벌써 3번째 암 진단…앞이 ‘캄캄’

병원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바로 전날, 아들이 아버지의 눈앞에서 2년 연속 10승 투수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언제나 늠름했던 아들의 자랑스러운 승전보. 하지만 병원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던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간에서 다시 직경 1.5cm짜리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암이 재발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버지 봉동식(68) 씨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던 LG 봉중근(29)의 심장도 그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봉중근은 20일 “아버지가 암 재검진에서 안 좋은 결과를 받으셔서 상심이 무척 크다. 24일부터 국립 암센터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실 예정”이라면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어머니 김수자(65) 씨가 갑상선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 뿐인 아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봉 씨에게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암 진단이다. 2003년 대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고, 그 이후 간에 종양이 생겨 오랜 투병 생활을 했다. 당시 신시내티 소속이던 봉중근은 구단에 직접 “아픈 아버지가 저를 필요로 하십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 동료들을 감동시켰다. 스물 셋의 나이에 결혼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도 “하나 뿐인 아들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올해 초, 봉 씨의 간에 다시 암세포가 번졌다. 당시 봉중근은 “수술은 잘 끝났다. 하지만 한 번 더 재발할 경우에는 수술도 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이 날 재검진에서 다시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것이다. 택시기사로 일하며 힘들게 4남매를 키운 봉 씨에게는 야구 잘 하는 아들이 희망이자 버팀목이었다. 그만큼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애정도 남달랐다. 언제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되뇌곤 했다.

타선과의 지독한 엇박자로 승수 대신 패수만 늘려갈 때도, 신발끈도 묶을 수 없을 만큼 팔꿈치가 아팠을 때도, 밝게 웃으면서 오히려 걱정하는 팬들과 주변 사람들을 배려했던 봉중근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도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봉중근은 “병원에서는 수술 외에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위독하신 상태는 아니지만 몸이 많이 약해지셔서 치료과정이 힘드실까봐 걱정이다”라면서 “한 아버지의 아들로서, 그리고 한 팀의 투수로서 앞으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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