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황제의 귀환… “포스트 슈마허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F1 레이스를 직접 보면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에 가장 먼저 놀란다.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복귀로 전 세계 팬들은 다시 한번 가슴에 ‘뜨거운 시동’을 걸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F1 레이스를 직접 보면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에 가장 먼저 놀란다.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복귀로 전 세계 팬들은 다시 한번 가슴에 ‘뜨거운 시동’을 걸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은퇴 3년만에… 월드챔피언십 11라운드서 첫 대결
내년 영암서 코리아그랑프리… 슈마허 참가 관심

2006년 은퇴했던 ‘F1(포뮬러원)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40·독일)가 돌아왔다. 페라리는 지난달 30일 부상을 당한 펠리피 마사(브라질)를 대신해 슈마허가 드라이버로 나설 것이라고 발표해 전 세계 F1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포스트 슈마허’를 꿈꾸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선수들은 영웅의 귀환을 반기면서도 양보 없는 일전을 준비 중이다.
2009시즌 F1 월드 챔피언십은 현재 10라운드를 마쳤다. 그중 6번 우승을 차지한 젠슨 버튼(29·영국·브라운GP)이 현재로선 시즌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1, 2, 4∼7라운드에서 우승한 버튼의 상승세는 한풀 꺾인 상태다. 버튼이 8라운드 6위, 9라운드 5위, 10라운드 7위로 주춤하는 사이 라이벌들이 맹추격하고 있다. 2008시즌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24·영국·매클래런 메르세데스)이 지난달 10라운드(헝가리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다. F1 역사상 최초의 흑인 드라이버인 해밀턴은 지난해 역대 최연소(23세 9개월 26일)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경기당 평균 5.02점을 기록해 현역 드라이버 중 1위다. 해밀턴에게는 슈마허와의 대결 자체가 영광이다. 지난해 보여준 폭발력이 살아난다면 명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슈마허와의 레이스를 그 누구보다 기다려온 선수가 페르난도 알론소(28·스페인·르노)다. 알론소는 2005, 2006년 슈마허를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개인 통산 21승으로 현역 드라이버 중에서는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슈마허(68회)에게는 못 미치지만 예선 1위 횟수도 18회로 현역 선수 중 가장 많다. 알론소는 올 시즌에는 랭킹이 11위로 밀려 있지만 슈마허와의 재대결로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슈마허와 같은 페라리 소속의 키미 라이쾨넨(30·핀란드)은 슈마허가 은퇴한 이듬해인 2007년 챔피언을 차지했다. 슈마허가 현역일 때 라이쾨넨은 매클래런 소속으로 슈마허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슈마허와 견줄 만한 드라이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슈마허를 가슴에 품고 F1 무대로 뛰어든 젊은 선수들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들과 돌아온 황제의 첫 대결 무대는 21∼23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11라운드 유럽 그랑프리다. 슈마허가 과연 페라리의 부활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F1 전통 명문 팀 페라리는 1위 브라운GP에 74점 뒤진 3위(40점)에 처져 있다.


한편 슈마허가 복귀함에 따라 내년 가을 전남 영암군에서 열리는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F1 대회. 아시아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이어 7번째다.
현재 영암군 일대에는 130만 평 규모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 건설 중이다. 내년 6월 최종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정은 45%.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총길이 5615km의 F1 트랙과 3045km의 상설 트랙 등 두 가지로 활용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통산 91승… 챔피언 7회… ‘F1의 살아있는 전설’▼
■ 미하엘 슈마허는


현역 복귀를 선언한 미하엘 슈마허. F1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슈마허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다.
‘황제’ 슈마허는 F1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갖고 있다. 1991년 F1 무대에 등장한 그는 2006년 은퇴할 때까지 248경기에 출전해 91승을 올렸다. 역대 2위는 1980년부터 1993년까지 활약한 알랭 프로스트(프랑스)가 거둔 51승. 현역 드라이버 중에서는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가 21승으로 가장 많다.
슈마허는 시즌 챔피언 타이틀도 7회(1994, 1995, 2000∼2004년) 획득하며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0년 이후 출전한 119경기에서 55승을 거둬 46.2%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올렸다. 2002년에는 출전한 전 경기에서 시상대(1∼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통산 예선 1위(68회), 득점 1위(1364점) 등 그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금자탑이다.
슈마허가 불멸의 기록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뛰어난 실력 덕분이다. 그는 체력, 위기관리, 전술구사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드라이버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4년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5단 기어가 고장 난 상태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 일본 그랑프리에서 경쟁자 미카 하키넨을 잡기 위해 급유를 미루고 세 바퀴를 내달리는 벼랑 끝 전술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세계 1, 2위를 다투던 스포츠 재벌로도 유명했다. 현역 시절 매년 35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았고 광고 수입 등으로 한 해 80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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