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세계선수권 앞둔 기자회견 “꿈 속 두마리 뱀 ‘金 2개’ 길몽이래요”

입력 2009-07-17 08:16수정 2009-09-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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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뱀 한 마리가 박태환(20·단국대)의 몸을 조여 왔다. 아나콘다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SK텔레콤 박태환전담팀 김기홍 트레이너의 얼굴이 보였다. “구해주세요.” 하지만 김 트레이너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신 구렁이 한 마리를 던졌다. 결국 구렁이가 아나콘다를 물리치고, 박태환을 구했다. 6월의 어느 날, 박태환의 꿈 얘기다. 사경을 헤맨 꿈이 달가울 리 없었지만, 주변에서는 길몽이라고 했다. 김 트레이너는 “뱀 두 마리가 나왔으니 (2009로마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를 딸 징조”라며 웃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마린보이. 박태환은 “그 날따라 훈련도 더 잘 됐다”고 했다.

○좋지 않은 컨디션, 옥죄는 부담감

‘아나콘다 꿈’은 박태환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대변한다.

2007세계선수권과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400m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은 17일,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로마로 향한다. 16일,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 수성에 대한 부담감이 아나콘다처럼 옥죄는 듯, 박태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박태환은 “(올림픽과 비교할 때) 컨디션이 그다지 좋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말이 많아질까 두렵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 역시 “(몸 상태를 올리는데) 시간이 좀 아쉽다”고 했다. 박태환은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머릿속에 지우개를 만들었다. 수영장을 벗어나는 순간, 운동에 대한 생각은 깨끗이 지우고 음악을 듣는다.

밤잠을 설치며 작전구상에 여념이 없는 스승의 눈망울에는 제자를 안쓰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 감독은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영어공부도 하고 싶고, 미팅도 하고 싶지 않겠냐”면서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향상된 턴과 잠영, 1500m아시아기록 도전

박태환은 “(200·400·1500m중) 어느 한 종목에 치중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유형 1500m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태환의 1500m 본인최고기록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세운 14분55초03. 200·400m와는 달리, 1500m는 유독 최근 3년간 기록이 정체됐다. 박태환은 “장담은 못하겠지만, 장린(22·중국)의 아시아기록(14분45초84)을 갈아 치우고 싶다”고 했다.

1500m에서는 턴이 29번이다. ‘레이스에서 이기고도, 턴에서 졌던’ 박태환은 2차례의 미국전지훈련에서 턴을 집중 보완했다. 박태환은 “턴을 많이 신경썼다”면서 “잠영의 거리도 올림픽 때(5-6m)보다 1m를 늘려, 7m 정도를 뽑아보겠다”며 웃었다. 박태환의 400m결선은 27일(한국시간), 200m결선은 29일, 1500m 결선은 8월3일에 열린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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