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 못끼고 코트 떠납니다”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현주엽 전격 은퇴 선언

‘매직 하마’ 현주엽(34·LG·사진)이 우승 반지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현주엽은 24일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할 말은 많은 데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해야 할 얘기뿐”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달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현주엽은 구단과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어 재활이 끝나는 12월 코트 복귀가 가능했기에 이번 결정은 뜻밖으로 여겨진다. 현주엽은 “팀이 새롭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면 후배 몇몇이 떠나야 한다. 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1994년 고려대에 입학할 당시 기자회견까지 했을 만큼 거물이던 그는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 인기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1998년 프로 첫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SK에 뽑힌 뒤 프로 무대에서는 우승이 없어 무관의 한이 컸다. ‘한국의 바클리’라는 별명도 찰스 바클리가 미국프로농구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싫어했을 정도다.

하지만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이 20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데 앞장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5cm에 100kg이 넘는 거구에도 패스 능력이 뛰어나고 시야가 넓어 국내 선수 최다 타이인 7차례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전천후 선수다. 현주엽과 중고교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1년 선배 서장훈(전자랜드)은 “친동생 같은 주엽이를 얼마 전 만났을 때 계속 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기에 착잡하다. 잘 마무리했으면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날 양희승에 이어 현주엽의 퇴장으로 농구대잔치 시절 스타들의 세대교체가 잇따르는 가운데 연세대 출신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과 고려대 출신 김병철, 신기성 등이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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