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필드 오브 드림] 300승 고집쟁이 랜디존슨

  • 입력 2009년 6월 9일 08시 32분


평범을 거부한 ‘ML의 거인’

며칠 전 랜디 존슨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24번째로 300승 고지에 오른 투수가 됐다. 그가 기록을 달성한 순간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을 배제하더라도 그는 ‘천연 기념물’감의 투수임에 틀림없다.

만 31세가 되는 해부터 올 시즌까지 통산 219승을 쌓아올렸고, 오는 9월이면 나이가 46세가 됨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에도 여전히 최고구속 153km를 던질 수 있는 철완투수다. 1988년 데뷔와 동시에 208cm라는 큰 신장과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눈길을 끌었고, 정식으로 선발진에 합류했지만 3년 연속 볼넷왕에 오르는 등 무개념 컨트롤 투수로 강속구 못지않게 악명을 높였다.

1990년부터 92년까지 14, 13, 12승을 각각 거두며 3점대 중후반의 방어율을 유지했지만 이 기간 볼넷왕을 도맡았다. 당시 자료에 의하면 약체팀 시애틀에서 크리스 보지오, 데이브 플레밍에 이은 3선발 투수였다.

93시즌을 앞두고 나타난 그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그대로 옮겨보면 ‘강속구의 장신 투수 존슨은 공포의 강속구로 241개의 탈삼진과 0.206의 피안타율로 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144개의 볼넷과 18개의 사구 역시 리그 1위였다’고 돼 있다. 과연 이 야생마 같은 투수가 진정한 투수로 발돋움할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기도 했다.

‘컨트롤을 잡기 위해서는 무릎을 굽히면서 하체 활용도를 높이는 투구폼으로 바꾸라’는 종용도 있었지만 어쩌면 자신의 신체 최대 강점인 신장의 유리함을 포기하지 않았고, ‘아예 팔의 각도를 정통파 스타일로 올리라’는 얘기도 무시하며 스리쿼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강속구와 어우러진 절대무기인 슬라이더의 휘는 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훗날 존슨은 “나와 같은 신체 조건을 갖춘 코치나 주변 선수들을 만나기 어려웠다. 이들의 조언은 고마웠지만 그들은 내가 아니었다. 컨트롤이 부족했지만 이미 나는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는 투수였고, 그들조차 확신 못하는 투구폼 변화로 모험을 할 순 없었다. 내게 주어진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투구폼과 신체 단련이 필요했다. 하늘이 내려주신 어깨와 나의 큰 키와 긴 팔, 그리고 상체의 유연성이 나의 열쇠였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을 철저히 단련했고 그는 마침내 최고의 투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괴팍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자신만의 세계가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스스로 계발한 멋진 고집쟁이 랜디 존슨이 선수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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