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분위기 바꾼 ‘박지성 효과’

  • 입력 2009년 6월 8일 15시 58분


6일 오후 두바이 알나스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점프해 볼을 따내고 있다. 연합
6일 오후 두바이 알나스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점프해 볼을 따내고 있다. 연합
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아랍에미리트를 완파하고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돌아온 7일 저녁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이 야간 훈련을 하고 싶답니다"고 전했다. 두바이로부터의 긴 여정에 몸이 피곤할 것 같아 휴식을 취하라 했던 허정무 감독은 고민 끝에 퇴근한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관계자를 다시 불러 운동장 조명을 켜줬다. 그러자 아랍에미리트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10여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워밍업을 하고 패스와 크로스, 미니게임, 슈팅 훈련을 1시간30분 넘게 했다. 허 감독이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컨디션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만류하고서야 선수들은 샤워실로 향했다.

박지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한국 축구를 바꾸고 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박지성은 과거 주장들과 달리 언제나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 특히 선수들과 미팅을 자주 해 요구 사항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야간 훈련도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이 '몸이 근질근질 하다'며 '훈련을 해야 잠을 이룰 것 같다'고 박지성에게 부탁해 이뤄진 것이다.

박지성은 이청용과 기성용(이상 FC 서울), 신영록(부르사스포르) 등 후배 선수들을 만나면 어깨동무를 하는 등 친근하게 대한다. 유럽 진출 방법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 명문팀에서 뛰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성실히 뛰는 박지성은 다른 선수들을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촉매다. 박지성은 자율을 강조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도 요구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주전으로 못 뛸 땐 가슴이 아프겠지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라. 나도 처음에는 벤치를 지켰다"고 강조한다. 허 감독이 강압적으로 끌고 가던 스타일을 버리고 자율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사령탑으로 변신한데도 박지성의 힘이 컸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캡틴' 박지성의 카리스마에 한국 축구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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