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이 출신 초짜 감독, 유럽을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과르디올라 감독 성공스토리

23년 전 FC 바르셀로나(바르사)의 홈 경기장인 ‘캄프 노우’. 붉은색과 푸른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15세 볼보이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나도 저 유니폼을 한번 입어 봤으면….”
○ 취임 1년 만에 트레블 위업 달성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스무 살이 된 볼보이는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바르사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단순히 유니폼을 입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프리메라리가 4연패(1991∼94년)를 달성하는 등 10년 동안 눈부신 활약을 펼쳐 ‘바르사의 별’이 됐다.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 그는 줄무늬 유니폼이 아닌 깔끔한 정장을 걸쳤다. 11명의 바르사 전사들이 경기장에서 그를 대신했다. 그는 경기가 펼쳐지는 내내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 실수한 선수가 의기소침할 땐 벤치를 박차고 나와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리오넬 메시가 쐐기 골을 터뜨리고 팀 전체가 흥분했을 땐 냉정하게 팀을 이끌었다.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울리고서야 그는 두 팔을 번쩍 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그는 다시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에게 며칠만 쉴 시간을 달라. 그러면 내년 시즌에 대비한 구상을 말해주겠다.”
38세 ‘초짜 감독’ 주제프 과르디올라 얘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8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고 취임 1년 만에 스페인 클럽 최초로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당초 예상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68)의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과르디올라의 완승으로 끝났다.

○ 카리스마+친근함으로 선수들 장악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이 훈련에 지각하면 엄격하게 벌금을 매기고, 식단까지 관리하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한편으론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가는 등 친근한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바르사의 주장 사비 에르난데스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에 희망과 동기, 자신감, 신뢰를 가져다줬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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