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결국 선발 잔류 실패…불펜 강등

  • 입력 2009년 5월 20일 12시 08분


들쭉날쭉한 투구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던 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결국 선발투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미국 프로야구 필라델피아는 2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찬호 대신 J.A. 햅이 새롭게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해 오는 24일 뉴욕 양키스전에 등판한다. 박찬호는 21일부터 불펜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박찬호는 “선발 자리를 잃어 실망했다. 그러나 불펜에서 잘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좋은 추억을 살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어 “나는 스프링캠프 때처럼 던지고 싶었지만 주위에서 계속 선발직 유지에 의문을 표했던 탓에 압박을 받았다. 그것이 결국 내 자신에게 부담이 됐다”며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찬호의 선발 탈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올 시즌 8경기 중 7게임에 선발로 등판했던 박찬호는 1승1패 평균자책점 7.08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지난 7일과 13일 각각 뉴욕 메츠전(6이닝 무실점)과 LA 다저스전(6이닝 2실점)에서 연달아 호투 펼치며 선발 잔류 가능성을 높였지만, 18일 워싱턴전(1⅓이닝 5실점)에서 다시 고개를 떨구며 코칭스태프에게 신뢰를 크게 잃었다.

그동안 박찬호의 선발직에 의문을 품고 있던 대부분의 미 언론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집중포화를 퍼부어 햅과 박찬호의 자리를 맞바꿔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꾸준하게 제기했다.

박찬호의 선발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전날 회의를 열어 장고를 거듭한 끝에 결국 박찬호를 불펜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박찬호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기는 했지만, 희망은 존재한다.

지난해 다저스에서 중간 계투로 뛰면서 선발에 공백이 생겼을 때 임시 선발로 나섰던 박찬호는 4승4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박찬호는 매일 출격을 대비해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고 안정감 있는 내용을 보여준다면 도리어 선발 때보다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또 다섯 명의 선발투수 중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박찬호가 언제든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펜에서 와신상담하는 자세로 기회를 엿봐야 할 것이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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