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3, 4명 깜짝 발탁… 제2의 황선홍-홍명보로”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남아共월드컵 새 대표팀 명단 내일 발표하는 허정무 감독

고만고만한 선수 많지만
확실한 해결사 없어
한국축구의 미래 위해
발전 가능성 보고 선발

변했다는 평가를 듣긴 힘들다. 특히 한평생을 자기 방식으로 살아오며 성공한 사람은 스타일을 바꾸기 어렵다. 축구계의 대표적인 고집불통 허정무 대표팀 감독(54)도 좀처럼 변화가 없을 것 같았다.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를 설정할 정도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2000년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했고 2007년 말 성인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으니 ‘허 고집’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허 감독도 지난해부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버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키우고 있다. 내달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3경기를 앞두고 28일 대표팀을 소집하는 허 감독을 19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만났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놓은 대표팀에선 심리적인 게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뛰게 만들어야 한다.”

허 감독은 요즘 스포츠 심리학에 빠져 있다. 최근 ‘퍼거슨 리더십’이란 책을 읽고 스포츠 심리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3년째 지도하며 리그 우승을 11번이나 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명장인 이유는 전력 전술을 잘 써서가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선수들 마음가짐에 따라 경기의 질이 달라진다. 퍼거슨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해 선수들을 잘 요리한다. 맨유에 훌륭한 선수도 많지만 퍼거슨 감독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로 뛰게 만들기 때문에 성적이 좋은 것이다.”

예전에 허 감독은 스파르타식 훈련을 신봉했다. 강훈련을 해야 승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조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파르타식 훈련을 버렸다. 허 감독의 ‘변화’에 선수들도 흥을 내 한국은 아시아 최종 예선 B조에서 3승 2무(승점 11)로 1위를 달리며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눈앞에 뒀다.

요즘 허 감독의 고민은 골잡이와 중앙 수비수 발굴이다. “황선홍(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홍명보(청소년대표팀 감독)같이 확실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찬스를 거의 놓치지 않는 킬러, 홍명보 감독은 한국 철벽 수비의 대명사다.

“솔직히 고만고만한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공수에서 확실하게 해결해 주는 선수가 없다. 요즘 모든 프로 경기를 보며 신인을 발굴하려고 하는데 사실 자원이 부족하다.”

공격수에선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와 박주영(AS 모나코)이 일본과 프랑스에서 제대로 활약하고 있지만 2%가 부족하다. 그나마 불안한 수비라인에선 강민수(제주)와 한태유(서울)가 부상 중이다.

허 감독은 21일 대표팀 명단 발표 때 깜짝 카드를 꺼낼 예정이다. 그동안 대표팀에 승선하지 않았던 신예 3, 4명을 합류시킬 생각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공격수와 수비수에서 유망주를 합류시켜 키울 생각이다. 대표급 실력에 약간 못 미치지만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 몇 명을 발굴했다. 제2의 황선홍과 홍명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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