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자서전, 한국판 ‘칸세코 파문’ 일으키나?

  • 입력 2009년 5월 19일 15시 04분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내용의 책을 출간해 파문을 일으킨 Xports 해설위원 마해영이 19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롯데 경기를 해설하기 위해 중계석에 온 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내용의 책을 출간해 파문을 일으킨 Xports 해설위원 마해영이 19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롯데 경기를 해설하기 위해 중계석에 온 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선수들을 목격했다. 외국인 선수 복용 비율이 높지만 국내 선수도 있었다."

"상대 팀 선수와 사인 교환은 일부 사실이다.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나 오늘 못 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줘'하고 요청하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롯데 선수였던 마해영 Xports 해설위원(39)이 19일 발간한 회고록 '야구 본색(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에서 쓴 소리를 쏟아냈다.

마해영은 199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강타자 출신. 2001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KIA(2004년), LG(2006년)를 거쳐 지난해 친정팀 롯데로 돌아와 은퇴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94에 1609안타, 260홈런, 1003타점.

●"금지 약물 복용은 외국인 선수가 대부분"

마 위원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선수는 10명 남짓.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였지만 이들이 일부 국내 선수에게 금지 약물을 권했다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은 호기심에서 금지 약물을 잠시 복용한 것으로 안다. 전 구단을 통틀어 한 자리 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은퇴했다. 실명은 선수들의 명예를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

마 위원 역시 "2군에 내려갔을 때 약물의 유혹에 빠질 뻔했다"고 밝혔다. 그는 "약물 복용은 모두 현재형이 아니고 과거형이다.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며 "후배들이 순간적인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사인 교환은 승패와 상관없는 상황에서 이뤄져"

마 위원은 상대 팀 선수 간의 사인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2군으로 전락할 처지에 있을 때 사인을 알려준다는 것. 그는 "상대 팀 후배가 도와달라고 할 때 이를 거절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승패가 확정된 상황에서나 (사인을) 알려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 롯데 구단 "사견으로 왜곡된 부분 적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마해영 회고록과 관련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2007년부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핑 검사를 도입했는데 마 위원의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은 프로야구 판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KBO는 지난해 도핑 검사를 2회 실시했고 올해 3회로 검사 횟수를 늘렸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전원을 도핑 검사하기로 했다.

마 위원 회고록에 '짠돌이 구단'으로 불린 롯데 구단도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상구 단장은 "마 위원이 속사정을 모르고 밝힌 부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과거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샌디에이고)의 입단 계약이 실패한 건 계약 단계에서 금액을 계속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마 위원의 회고록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일부 선수가 갑자기 몸이 불어나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지 의심한 적은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의혹만 갖고 책을 쓰는 건 경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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