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환 쾅!…“누가 1할 타자래”

  • 입력 2009년 5월 14일 08시 08분


12일 솔로포 이어 히어로즈전 역전홈런

조인성과 채상병. 연세대 시절부터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까지 이름을 날린 포수다.

두 선수와 대학시절부터 프로까지 한 팀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선수가 있다.

당연히 주전은 꿈도 못 꿨다. 그러나 지금 그 선수는 당당히 두산의 주전 포수. 수비는 물론 매서운 방망이까지 휘두르는 안방마님으로 우뚝 섰다.

바로 지난 시즌 LG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최승환(31·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연세대부터 이어진 최승환과 조인성, 채상병의 인연은 LG에 이어 두산까지 계속됐다. 선배 조인성, 후배 채상병 사이에서 최승환은 대학시절부터 백업이었다.

포수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외야수로 변신도 시도했지만 30대가 될 때까지 최승환의 자리는 백업포수였다.

그러나 기회는 가장 최악의 순간에 찾아왔다. 최승환은 2007년 왼쪽 무릎을 수술했고 LG는 조인성의 백업을 위해 은퇴한 김정민을 복귀시켰다. 재활을 끝내고 돌아온 최승환에게는 백업자리마저 사라졌다. 그리고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승환의 밝은 성격과 강한 어깨를 주목했다. 그리고 9년 동안 1군에 141경기 밖에 나오지 못한 최승환을 주전으로 과감히 선택했다.

최승환은 전체 1위인 5할을 넘는 도루저지율에 안정적인 투수리드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그 신뢰는 공격이 아닌 수비에 한해서였다.

타율이 1할대 후반 언저리. 12일까지 직전 5경기 타율이 0.071일 정도로 부진했다. 결국 김경문 감독에게 최근 조용히 핀잔을 듣기도 했다. “아무리 포수지만 타율 1할은 좀 그렇다. 더 힘을 내라.”

김 감독의 자극 때문이었을까? 최승환은 12일 선제 솔로홈런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최승환은 13일 경기 전 연습을 마치고 “제가 무슨 또 홈런을 쳐요. 기대하지 마세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오히려 “녹화된 중계방송을 보니까 현승이가 저한테 홈런 맞고 너무 억울해 하더라. 그럴 만 하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이날 최승환은 다시 역전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승리를 굳히는 결정적 도루까지 해냈다.

무명의 후보였던 최승환이 이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투수에게 힘을 주는 강한 포수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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