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이 된 빈민가 소년…NBA 르브론 제임스 정규시즌 MVP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1984년 12월 30일은 미국프로농구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24)의 생일이다. 그의 어머니는 16세의 나이에 미혼모가 된 뒤 핏덩어리 아들을 어머니(제임스의 외할머니)에게 데리고 가 키웠다. 미국 오하이오 주 애크런의 한 빈민가에서 집세도 제때 낼 수 없는 곤궁한 생활이었다. 경찰 사이렌 소리와 총성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학교 수업은 관심 밖이었다. 쇼핑센터를 배회하거나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어떤 해에는 출석해야 될 160일 가운데 82일을 결석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몇 해가 흘러 제임스는 어두운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던 그 거리에 22만5000달러(약 2억9000만 원)짜리 최고급 스포츠카 페라리를 몰고 나타났다. 모교인 세인트빈센트 세인트메리 고교에서 생애 첫 미국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받기 위해서였다. 금의환향이었다.

제임스는 5일 발표된 정규시즌 MVP 투표에서 1172점을 얻어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698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뒤 6시즌 만에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시즌 종료일 기준으로 24세 106일로 수상하게 돼 1979년 모지스 말론(24세 16일) 이후 최연소 MVP가 됐다.

자신의 땀이 밴 모교 체육관에서 어머니와 함께 트로피를 안은 제임스는 “내 모든 꿈이 여기서 시작됐다. 이렇게 빨리 이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올 시즌 제임스는 평균 28.4득점, 7.6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올리며 클리블랜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MVP를 수상했다. 눈부신 공격력에 끈끈한 수비 능력까지 펼쳐 자신의 우상인 마이클 조든의 플레이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홈구장에서 열리는 예년 시상식과 달리 모교에서 상을 받기를 원했던 제임스는 시상식 스폰서인 기아자동차가 제공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이 지역의 자선단체에 기증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위력을 떨치고 있는 제임스. 그의 팀은 6일부터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동부콘퍼런스 4강 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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