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야, 다음엔 더 높이 날자”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네가 있어 내가 존재한다.” 스포츠에서 라이벌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는 법이다. 최근 한국 육상은 두 ‘미녀 새’의 자존심 대결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신데렐라 임은지(20·부산 연제구)와 신기록 제조기 최윤희(23·원광대). 황무지였던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독주하던 최윤희를 임은지가 종목 변경 1년 만에 넘어서면서 두 라이벌의 대결이 한국 육상의 국제 경쟁력을 드높이고 있다. 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대회 여자 대학·일반부 장대높이뛰기 결승. 4m를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넘은 임은지와 최윤희는 올 시즌 첫 맞대결에 부담을 느꼈는지 둘 다 4.20m에서 세 번 모두 실패했다.》

女장대높이뛰기 두 미녀새 임은지-최윤희

종별육상 4.2m 둘다 실패

일반-대학부 우승 나눠가져

한국육상 발전에 자극제

임은지는 일반부, 최윤희는 대학부 우승을 나눠가졌지만 3.80m를 1차 시기에서 넘은 최윤희가 2차 시기에서 넘은 임은지를 제치고 판정승을 거뒀다.

현재로선 임은지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임은지는 3월 26일 열린 대만 국제장대높이뛰기 대회에서 4.24m를 넘어 최윤희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세운 한국 기록(4.16m)을 경신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13회 실업육상선수권대회에선 4.35m까지 넘어 사상 처음 세계선수권 B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2007년 11월 7종 경기에서 장대높이뛰기로 전향해 지난해 4월 3.50m를 넘은 뒤 1년여 만에 높이를 85cm나 끌어올린 것이다. 임성우 감독은 “올해 4.50m까지 넘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4.50m는 세계선수권 3위권 입상 기록.

최윤희는 불모지였던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뛰어들어 1999년 5월 2.30m를 넘은 뒤 2000년 5월 3.10m의 한국 기록을 세우며 지금까지 17번이나 한국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해 전국체전 때 4.16m를 넘고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조만간 4.40m를 넘을 수 있다고 김철균 코치는 전망한다.

임은지와 최윤희는 서로의 존재가 기량 향상에 자극제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임은지는 “윤희 언니가 있어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 언니도 더 높이 뛸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해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입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윤희는 “은지가 있어 자극이 된다. 7종 출신이어서 다재다능하기 때문에 장대높이뛰기 기록을 높일 것으로 본다. 나도 올해 4.40m를 넘을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은지와 최윤희의 라이벌 대결은 지도자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이어졌다. 부산 연제구는 김세인 코치를, 전북육상연맹은 김철균 울산고 코치를 영입해 기록 단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은 홍상표 부산육상연맹 부회장이, 전북은 이원 전북육상연맹 부회장이 각각 장대높이뛰기 ‘대부’로 활약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부산과 전북은 각각 10여 명의 유망주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김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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