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 인터뷰] 조성환 “롯데가 드디어 이겼네” 눈물 펑펑

  • 입력 2009년 4월 27일 09시 05분


26일 오후. 병실 안 TV에서는 일본 프로야구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롯데 경기가 궁금한데 “여기서는 그 채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승엽이 없는 요미우리-주니치 전. 이름과 얼굴도 헷갈리는 일본 선수들. 그래도 조성환(32·롯데)은 야구가 보고 싶었다.

오른쪽 눈은 멀쩡했다. 하지만 왼쪽 눈은 반쯤 뜨다 만 채로였다. 다친 곳은 광대뼈였지만 “눈썹 위와 입 안, 눈 아래 점막을 찢어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퉁퉁 부은 얼굴, 새빨갛게 충혈 된 눈.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면회를 대부분 사절했다. 죽으로 끼니를 때워왔기에 기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야구하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누구도 원망 안 해

SK 채병용은 꽉 찬 몸쪽 볼을 잘 던진다. 그래서 노렸다. 치려고 바짝 붙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높았다. 공에 회전도 제대로 먹혀 있었다. 그는 “눈앞으로 날아오는 순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무릎을 꿇고 정신을 추스르는 잠깐 동안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일어서면 그대로 의식을 잃을 것 같았다. 결국 쓰러졌다. 간호 중이던 아내 박안나 씨는 “조금만 옆으로 빗겨갔어도 시신경이 손상될 뻔 했다. 불행 중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그는 “나는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고, 병용이는 적극적으로 던지려고 했을 뿐이다. 아무 유감없다”고 강조했다. 또 “더 이상 화낼 이유도 없다. 팬들도 성숙한 태도로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바라는 건 단 하나. ‘전화위복’이다. “초반부터 팀이 부진해서 후배들에게 여러 차례 얘기했었다. ‘지금은 좀 힘들어도 곧 우리가 치고 올라갈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그런데 내가 이렇게 다쳤다. 이게 바로 그 ‘계기’가 아닌가 하는 희망이 생긴다.”

○주위의 격려와 관심에 새삼 감동

두 아들 영준(5)과 예준(1)은 엄마의 손을 잡고 부산에서 올라왔다. 생후 5개월이 된 둘째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첫째는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아빠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엄마, 우리 아빠 어떡해?” 하면서.

하지만 조성환은 “정말 괜찮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가족의 정성스런 간호에 힘을 얻는 것은 물론. 롯데 선수들은 차례로 전화를 걸어 “형 몫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단다. 걱정하는 발걸음도 이어진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27일에 찾아오겠다고 연락해왔다.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SK 이만수 수석코치 역시 반가운 손님. 조성환은 “옛 우상이 내 손을 꼭 잡고 ‘정말 미안하게 됐다’며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복귀 후 힘을 두 배로 쏟아 붓겠다”

오히려 연패에 빠졌던 팀이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그는 26일 롯데의 LG전 승리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조성환 형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던 후배 이대호의 소감을 전해들은 후에는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만큼 투지도 커졌다. 그는 “팀을 위해 뭔가 해야 하는 시기에 이렇게 돼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느낀 이 답답함은 복귀 후 그라운드에서 두 배로 갚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초까지 입원한 뒤 일주일 정도 서울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운동은 5월 하순께부터 시작할 수 있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링거로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그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난 이대로 죽지 않아”라고.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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