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족골퍼의 당찬 도전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하벨야나 돌 코리아 대표

토마토저축銀대회 초청 출전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필드에 서는 순간만큼은 행복합니다.”

9일 김해 롯데스카이힐CC(파72)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투어 토마토저축은행오픈 1라운드에는 의족을 착용한 중년의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엠마누엘 하벨야나 씨(56·필리핀). 세계적인 청과회사인 돌(Dole) 코리아 대표이사인 그는 25세 때 총기 오발 사고로 다쳐 3주 동안 일곱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1983년 이 회사에 입사해 비장애인과 경쟁하며 남다른 능력을 인정받았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기에 5세 때 인연을 맺었던 골프채도 다시 잡았다. 베스트 스코어는 76타. 최근 핸디캡은 11∼12 정도라고.

하벨야나 씨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스윙을 하고 나면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한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해 왔다”고 말했다. 이런 사연이 전해져 대회 주최 측의 초청을 받게 된 그는 “프로 선수들과 겨룰 수 있어 꿈 하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1라운드에서 카트 없이 18홀을 걸어서 끝낸 하벨야나 씨는 까다로운 코스와 프로 대회 첫 출전에 따른 긴장 탓에 32오버파 104타로 출전선수 143명 가운데 최하위에 처졌지만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한편 강욱순(43·안양베네스트GC)은 5언더파 67타로 경기를 마쳐 단독 2위에 올랐다. 앤드루 추딘(호주·토마토저축은행)이 6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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