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22득점… KCC, 전자랜드 꺾고 2승 2패
승자와 패자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40분 동안 코트에서의 다툼도 모자라 장외에서도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 멋진 플레이를 기대했던 6832명의 관중 중 일부는 실망한 나머지 야유와 욕설을 하기도 했다.
3일 인천에서 열린 KCC와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 양 팀은 1일 3차전에서 거친 반칙으로 부상자가 속출했기에 경기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허재 KCC 감독은 “전자랜드 코치가 1차전이 끝난 뒤 우리 코치에게 ‘손볼 선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며 협박성 폭언을 했다”면서 언성을 높였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우리 코치가 상대 코치와 술 한잔하면서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KCC의 무리한 밀착 수비가 화를 자초했다”며 맞섰다.
전자랜드의 한 프런트 직원은 “상대 코치가 까마득한 선배인 우리 코칭스태프에게 새벽에 조롱 섞인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고 말했다. 점프볼도 하기 전부터 설전을 벌인 양 팀은 오히려 코트에서는 체력 저하를 드러냈고 심판의 파울 지적이 쏟아지면서 반칙을 표시하는 전광판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진행되던 경기는 결국 4쿼터에 골밑을 장악한 KCC가 94-85로 역전승했다. 2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했던 KCC는 2승 2패를 만들었다. 5차전은 5일 오후 6시 KCC의 홈인 전주에서 열린다.
경기 후 최희암 감독은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한 뒤 “이런 식으로는 농구 발전은 없다. 5차전을 치러야 할지 구단과 상의하겠다. 전자랜드가 돈이 없는 건지 KCC가 돈이 많은 건지”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34득점)은 KCC 벤치에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이다 제지를 당하기까지 했다. 하승진은 “너무 과열됐다. 팬들이 외면할까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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