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창원체육관의 LG 라커룸 신발장에는 320mm짜리 농구화 한 켤레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 새벽 서울에서 부친상을 당한 LG 현주엽의 신발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은 동료를 애도하며 LG 선수들은 왼쪽 가슴에 검은 테이프를 붙인 채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 출전했다. ‘근조(謹弔)’라고 적힌 검은색 상장을 양복 상의에 붙인 LG 강을준 감독은 경기 전 평소와 달리 말을 아꼈다. “주엽이가 경기에 신경 쓰는 것 같아 아무 걱정 말고 돌아가신 아버님 잘 모시라고 했습니다.”
LG 선수들은 비통한 심정 속에 저마다 투혼을 다짐했다.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까지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승리는 강한 뒷심을 보인 삼성의 차지였다. 주인 잃은 현주엽의 농구화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삼성은 LG 아이반 존슨과 브랜든 크럼프가 파울 트러블로 발목이 잡힌 틈을 노려 테렌스 레더가 41점을 퍼부은 데 힘입어 98-88로 역전승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팀 삼성은 7일부터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삼성과 모비스는 정규 시즌에 3승 3패로 팽팽히 맞섰다.
4쿼터 초반 68-74로 뒤진 삼성은 6분 29초 동안 실수를 쏟아낸 LG를 무득점으로 봉쇄하며 내리 16점을 뽑아내며 종료 2분 6초 전 84-74로 전세를 뒤집었다. 삼성은 5점 차로 추격당한 종료 27초 전 이상민이 자유투로 2점을 보태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창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