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상 박종훈 18K “난 괴물 잠수함”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10이닝 2실점 완투승… 경남, 마산에 8회 콜드 승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또 한 번 이름값을 했다.

군산상고는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제주고와의 1회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3-2로 역전승하며 32강이 겨루는 2회전에 올랐다.

군산상고의 출발은 불안했다. 군산상고 선발 투수 박종훈은 1회 제주고 선두 타자 엄일준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발 빠른 엄일준은 연속 도루로 군산상고 내야를 흔들어 놨다.

박종훈은 후속 타자 정진수를 삼진 처리해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3번 타자 윤지운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엄일준이 홈을 밟아 선취점을 내줬다.

군산상고는 제주고 선발 이준희의 호투에 눌려 7회까지 2안타의 빈공에 허덕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누상에 주자 2명을 둔 기회를 맞은 8회 군산상고는 단숨에 역전했다.

2사 1, 2루에서 박계현의 싹쓸이 3루타 한 방으로 2-1 경기를 간단히 뒤집었다. 박계현은 홈까지 내달렸지만 간발의 차로 아웃돼 그라운드 홈런의 기회를 놓쳤다.

9회 동점을 내준 군산상고는 연장 승부치기로 끌려갔지만 10회 말 터진 3번 타자 고석찬의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완투한 박종훈은 삼진을 18개나 잡아내며 제주고 타선을 4안타 2실점으로 막아 수훈갑이 됐다. 최고 구속은 시속 130km대에 머물렀지만 41명의 타자를 맞아 16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2개의 볼넷만 내주는 수준급 컨트롤을 자랑했다.

4강 후보로 꼽히는 전통의 야구 명문 경남고는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마산고에 9-2, 8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0-2로 끌려가던 경남고는 5회 타자 일순하며 안타 5개와 볼넷 1개, 몸에 맞는 볼 1개를 묶어 6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지난해 2회전에서 경남고를 만나 10회 연장 끝에 1-2로 패한 마산고는 올해도 경남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부경고 김동준 완봉투

부경고(옛 경남상고)는 8회 1사 2루에서 터진 강동수의 결승타로 김해고를 1-0으로 눌렀다. 부경고 선발 투수 김동준은 9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1안타 무실점으로 완봉 역투했다.

지난해 선수가 1명 모자라 출전하지 못했던 김해고는 올해 15명의 선수를 꾸려 출전했으나 1회전 탈락으로 대회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24일에는 상원고와 개성고의 경기를 시작으로 32강이 겨루는 2회전이 치러진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오늘의 스타/군산상고 박종훈

제2 정대현 재목… “삼진 잡을때 짜릿하죠”

1점 차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맞은 9회초 무사 2, 3루 위기.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았지만 계속된 1사 2, 3루. 1루를 채워놓고 가는 게 정석이지만 군산상고 투수 박종훈(18·사진)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향했다. 결과는 연속 삼진. 이후 볼넷을 하나 내줬고 2사 만루에서 포수가 볼을 뒤로 빠뜨려 동점을 내주긴 했지만 다행히 이때 런다운에 걸린 2루 주자를 잡아내 승부는 연장으로 갔다.

승부치기에 들어간 10회초에도 박종훈은 1사 만루 위기를 연속 삼진으로 막아 냈다.

“1루를 채우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건 감독님의 지시였어요. 저도 정면 승부를 즐깁니다. 주자를 2, 3루에 두고 삼진을 잡는 짜릿함은 경험하지 않으면 몰라요.”

23일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 제주고와의 경기에서 10이닝 완투승을 거둔 박종훈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날 언더핸드스로 투수인 그가 잡아낸 삼진은 무려 18개였다.

경기장을 찾은 프로 스카우트들은 “사이드암스로 투수는 많은 편이지만 박종훈처럼 완벽한 언더핸드스로 투수는 드물다”며 “제2의 정대현(SK)이 될 재목”이라고 말했다.

박종훈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도 모교 선배인 정대현이다. 그는 “선배의 예리한 볼 컨트롤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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