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꽃범호가 또 활짝 피었습니다

  • 입력 2009년 3월 21일 07시 47분


‘꽃범호’가 또 한번 활짝 피었다.

인상적인 한 방으로 중심타선 못지않은 하위타선의 힘을 톡톡히 과시했다.

한국은 20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과의 1조 1·2위 결정전에서 2-6으로 졌다. 하지만 이범호(28·한화)의 존재감만은 눈에 띄게 빛났다.

1-2로 내내 끌려가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범호는 일본 세번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3구째 직구(150km)를 걷어 올려 펫코파크 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중월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8일 1라운드 중국전과 16일 2라운드 멕시코전에 이은 대회 세 번째 아치.

이와 함께 카림 가르시아(멕시코), 프레데릭 세페다(쿠바), 애덤 던, 케빈 유킬리스(이상 미국) 등 쟁쟁한 타자들과 나란히 홈런 공동 선두를 달리게 됐다.

준결승과 결승에서도 홈런을 추가한다면 1회 대회 이승엽(요미우리)에 이어 한국 타자가 홈런왕을 2연패하는 영광을 맛볼 수도 있다.

대회 성적도 눈부시다.

7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를 기록 중이고, 타점(6)은 김태균(9점), 이진영(7점)에 이어 팀 내 3위다.

중심타선의 흐름을 든든하게 이어주는 하위타선의 핵이나 다름없다.

특히 8-9번을 맡는 포수 박경완과 유격수 박기혁이 심각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범호의 활약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한 방이었다. 이범호는 처음 주전으로 기용된 중국전부터 맹활약해왔지만 앞선 세 차례의 일본전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일본전 첫 안타를 신고한 것은 물론 9회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도 깨끗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또 그동안 높은 공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가 이날은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홈런으로 연결했다.

멕시코전에서 메이저리거 올리버 페레스를 상대로 쳐낸 홈런도 바깥쪽 높은 직구를 공략해서 나왔다. 갈수록 약점도 보완돼 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범호의 팀 공헌도는 타격이 전부가 아니다. 안정적인 타구 처리와 강한 어깨로 한국의 4강을 뒷받침했다.

대회 초반 3루수 이대호의 수비 불안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김인식 감독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완벽한 대안을 찾은 셈이다.

한 때는 최종엔트리 탈락 1순위로 꼽혀왔던 이범호. 하지만 지금은 그 없는 WBC 대표팀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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