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여기는 도쿄!] 복수는 달콤했다…우리가 亞챔프

  • 입력 2009년 3월 10일 07시 34분


진정한 타짜는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기다린다. 타짜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작업은 먹이를 벗겨먹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도박판에 앉히는 것이라고 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김인식 감독에게 7일 일본전은 잃어주는 판이었다. 에이스 김광현이 무너지자 바로 손을 털었다. 2-14, 7회 콜드게임 패의 수모를 기꺼이 감수했다. 1점차로 지나 12점차로 지나 1패는 1패일뿐이란 계산이었다. 8일 중국을 대파하고, 2대회 연속 8강을 확정지은 김 감독은 9일 판을 잔뜩 키워놓고 일본과 다시 붙었다.

7일의 대승에 고무된 일본은 9일에도 도쿄돔 5만 5000석을 가득 메웠다. 일본 매스컴은 ‘사무라이 JAPAN’ 기사로 도배를 하다시피하며 전승 우승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나 9일 단 한판의 승부로 일본은 또 한번 ‘한국은 역시 강하다’는 패배의식을 곱씹어야 했다. 이치로를 비롯한 메이저리거가 총출동하고도 졌으니 할 말도 없다.

국민감독이 선사한 뒤집기 승리로 한국은 아시아라운드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한국민이 받은 감동과 쾌감은 ‘priceless(값을 매길 수 없는)’라 할 수 있다. ○한국의 힘이 일본의 기술 압도!

한국 투수의 파워가 사무라이의 방망이를 무력화시켰다. 선발 봉중근을 필두로 정현욱-류현진-임창용은 한결같이 시속 140km 후반대 직구 위주의 과감한 피칭을 했다. 7일 선발 김광현이 슬라이더에 의존하다 난타를 당한 패턴과 딴판이었다.

한국은 일본에 6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전부 단타였다. 한국의 힘 앞에 하라 다쓰노리 일본감독이 내건 ‘연결야구’는 효력을 상실했다. 반면 한국은 단 4안타로 좋은 찬스를 훨씬 많이 만들었다. 안타 수는 적었어도 집중력에서 앞선 셈이다.

사무라이 JAPAN을 꺾어버린 단 하나의 일격은 4회 ‘포스트 이승엽’ 4번타자 김태균이 만들어냈다. 1사 1,2루에서 일본 선발 이와쿠마의 시속 145km 직구를 잡아당긴 타구는 3루수 무라타의 옆을 스쳐 나갔다. 2루주자 이종욱의 득점, 이 1점으로도 한국 마운드는 충분했다. 봉중근이 5.1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김 감독의 주특기인 투수교체 솜씨가 빛을 발했다. 압권은 마무리 임창용. 8회 1사 1루에 투입된 임창용은 150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단 11구로 일본타선의 2-6번을 눌렀다. 9회 무라타는 3구 삼진, 이나바는 공 하나로 중견수 플라이, 마지막 타자 오가사와라는 방망이를 부러뜨려 1루 땅볼 요리했다. 방망이 파편은 공교롭게도 일본 덕아웃으로 날아갔다. 사무라이의 부러진 칼날을 연상시켰다.

7일 콜드게임 패배는 1998년 한국야구가 프로를 출전시킨 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역시 프로가 참가한 일본을 완봉으로 물리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예선에서 9-0으로 이긴 적이 있지만 그때 일본은 아마대표 수준이었다. 완벽한 리벤지(복수)이자 우울한 조국에 ‘WBC 4강, 한 번 더!’란 희망을 안겨준 낭보였다. 1위로 아시아를 대표하게 된 한국은 16일(한국시간) 8강 라운드 1차전을 벌인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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