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축구계 “이런…”

  • 입력 2009년 2월 13일 07시 46분


이번 이란 취재 중 가장 많이 듣고 느꼈던 것은 이란 축구계에 불화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팀부터 현지 프로리그 클럽들까지 각양각색 마찰과 갈등을 빚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돈을 주고 감독직을 샀다’는 악평을 듣고 있는 알리 다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은 최고 스타 알리 카리미와 갈등을 빚다가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악수’가 됐다.

한국과 무승부로 끝나자 이란 언론들은 “다에이의 아집과 독선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페르시안 풋볼에 기고하는 유세프 헤이다리 기자는 “초반 15분을 빼면 이란이 유리한 상황은 없었다”고 혹평했다.

마흐다비키아를 제외한 것도 마찬가지. 다에이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마흐다비키아, 카리미를 다시 뽑겠다”고 공언했는데, 정말로 약속을 지킬지는 지켜볼 일이다.

90년대 이란축구의 ‘레전드’로 기억되는 코트다드 아지지의 경우도 재미있다.

1996년 아시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아지지는 5년 전, 파스 구단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고향 마샤드에 연고를 둔 아보 모슬렘 클럽에서 기술이사로 재직했다.

이후 파염FC로 옮겨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취재 기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을 범하고 말았다.

그러나 여기서 의견이 엇갈렸다. 기자는 “아지지가 날 때렸다”고 했고, 아지지는 “내가 아닌 우리 팀 선수가 때렸을 뿐”이라고 일축해 사태가 더욱 커졌다.

이란축구협회는 결국 아지지에게 ‘향후 2년 간 축구계에 발을 들일 수 없다’는 조치를 내렸지만 이란 팬들은 협회의 판단이 아닌 아지지를 믿고 있다.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만난 축구팬 만술 호사인은 “협회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영웅을 내치는 일이 이란에는 비일비재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란 축구계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테헤란(이란)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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