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그라운드 엿보기] 잊혀지지 않을 레전드 찾아라

  • 입력 2009년 1월 30일 08시 45분


올해로 27년째를 맞는 K리그 구단들은 무엇을 자신들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을까. K리그 각 구단들은 우승트로피, 경기전적, 창단일, 역대 관중이나 스타선수 숫자 보다 승리에만 관심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과거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 짜릿한 골과 희열을 선사한 우리들의 영웅들을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단들은 혹시나 자신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역사성을 지니고 어떤 길을 걸어 현재까지 왔는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시즌 성적에만 급급했다면 반성해야 한다. 자칭 아시아의 최고 축구리그를 자랑하는 K리그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단지 과거의 영광을 돌이키는 것만이 아니라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논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다. 미국의 MLB나 영국의 EPL의 명예의 전당은 언제나 현지 신문에 톱뉴스가 되곤 한다.

이와 같이 외국에서는 명예의 전당을 통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선수나 감독 레전드(legend)들이 탄생, 유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도 하고 롤모델로 삼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K리그 구단들은 과거에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인 은퇴선수들에게 클럽명예의 전당에 ‘선수나 감독 레전드’ 명칭을 수여해 구단의 전설과 전통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

축구산업에서 레전드의 의미는 전설적인 선수를 가리킨다. 한 구단의 대표적인 선수로 출중한 기량을 보인 선수를 ‘레전드’ 또는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부른다. 현역에 뛰고 있으면 레전드라고 부르지 않는다. 거의 은퇴시기에 가깝거나 은퇴를 한 선수들에게 레전드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따라서 항상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며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최고의 플레이로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선수 또는 각국 축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야 레전드라고 불러주곤 한다.

EPL의 경우, 첼시, 아스널, 맨유 등의 구단 박물관을 방문해 보면, 과거 자기 팀을 위해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에게는 ‘선수 레전드’ 라는 칭호를 수여하고, 자기 팀에서 뛰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진열해 보이기도 하고 과거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이 구단들은 은퇴선수들 중에 ‘선수 레전드’를 선정, 구단의 이미지와 자긍심을 심어준다.

1980년 말 프랑크푸르트서 뛰었던 차범근(수원삼성 감독)에게 큰 부상을 입혔던 위르겐 겔스도프(당시 레버쿠젠)가 은퇴한 후 프랑크푸르트 감독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차붐에게 선수생명을 앗아갈 악의적인 파울을 범했던 선수가 우리의 감독이 될 수 없다”고 항의해 감독행이 좌절된 바 있다. 팬들이 스스로 기억할 수 있어야 진짜 역사다. 그리고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각 구단과 연맹, 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이다.

김종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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