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하승진, 155㎝ 남혜주 전담트레이너와 4년째 인연

  • 입력 2009년 1월 24일 03시 00분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 하승진(아래)의 개인 전담 트레이너 남혜주 씨. 남 트레이너(155cm)는 하승진(222cm)보다 67cm나 작다. 하승진이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리면 그의 머리까지 닿으며 신발(350mm)은 얼굴보다 크다. 사진 제공 KCC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 하승진(아래)의 개인 전담 트레이너 남혜주 씨. 남 트레이너(155cm)는 하승진(222cm)보다 67cm나 작다. 하승진이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리면 그의 머리까지 닿으며 신발(350mm)은 얼굴보다 크다. 사진 제공 KCC
《사진을 찍으려고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 하승진(24·KCC)의 옆에 선 그의 얼굴에 쑥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키 차이가 무려 67cm. 자신의 눈높이가 하승진의 가슴에도 못 미쳤다.

그래도 그는 하승진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소중한 존재다.

KCC 남혜주(36) 트레이너 얘기다.

남 트레이너는 국내 프로농구 유일의 개인 트레이너로 하승진을 전담하고 있다.》

155cm, 46kg의 남 트레이너와 222cm, 137kg인 하승진의 인연은 200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승진이 대표팀에 뽑혔을 때 최부영 감독의 주선으로 경희대 트레이닝센터를 이끌던 남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볼링 선수를 한 남 트레이너는 경희대 체육학과에서 스포츠 의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2003년 박사과정을 마쳤다.

“처음에 승진이는 학창 시절 허벅지 부상의 후유증으로 뛸 때 오른쪽 다리가 불균형을 이뤘어요. 이럴 경우 부상 위험이 높아지거든요. 3개월 동안 자세 교정만 했죠.”

지난해 5월부터는 KCC의 배려로 하승진과 8개월째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녔다.

하승진은 흐트러진 밸런스를 바로잡기 위해 하루 8시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과 근력 강화 운동을 실시했다. 150kg이 넘던 하승진이 10kg 이상 감량한 것도 남 트레이너가 마련한 철저한 식이요법 덕분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0분만 뛰어도 다리에 쥐가 나던 하승진은 올 시즌 평균 20분을 넘게 뛰고도 좀처럼 지칠 줄 모른다.

남 트레이너는 경기 때는 하승진의 플레이를 꼼꼼하게 관찰해 잘못된 동작을 바로잡아 주는 데 매달린다. 하승진이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승진은 남 트레이너에 대해 “선생님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알아 작은 부분까지 챙겨 줘 고맙다. 여자라 약해 보이지만 엄하고 힘이 무척 세다”고 말했다.

시즌 동안 전국을 누비며 워낙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남 트레이너는 인생의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승진이가 아직 어려 감정 조절이 잘 안될 때가 있는데 평소 예의 바르고 속도 깊어요.”

남 트레이너는 발가락 골절로 4주를 쉬고 지난주 복귀한 하승진이 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출전 시간 부족에 불만을 터뜨리는 돌출 발언을 한 것도 “강한 자존심과 승부 근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금녀의 공간인 남자농구팀 KCC에서 홍일점으로 일하는 데 힘든 점은 없을까.

“부모님도 걱정을 하셨죠. 그런데 남자 선수들이 더 부끄럼을 타고 신경 쓰던데요(웃음). 이젠 서로 적응이 돼 별 어려움이 없어요. 그래도 라커룸에는 눈치 봐서 들어가요.”

남 트레이너와 하승진은 소의 해에 태어난 띠 동갑이다.

“승진이와 저는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요. 소처럼 느리지만 묵묵히 앞을 향하는 승진이를 지켜봐 주세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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