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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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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스포츠계는 두 사람의 ‘선택’에 관심을 쏟았다.
프로야구 KIA 이종범(38)과 프로축구 FC 서울 김병지(38·사진)의 거취. 두 동갑내기 스타는 현역 선수를 고집했다. 팀에서는 지도자를 원했지만 이들은 “더 뛸 수 있다”고 했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두 선수의 선택에 이종범이 먼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연봉은 깎였지만 1년간 더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김병지도 27일 축구 팬들에게 반가운 연말 소식을 전했다. 경남 밀양 출신인 그는 고향 팀인 경남 FC에 코치 겸 선수로 2년간 둥지를 틀게 됐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현역을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제 자신에게도 그리고 팀에도 그렇죠. 어려운 결정을 해준 팀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병지는 1992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17년간 471경기에서 골키퍼 장갑을 끼고 뛰었다. 그가 경기에 나설 때마다 K리그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은 경신된다. 선수 생활을 2년 더 할 수 있게 된 그는 500경기 출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목표를 세워 놓고 달려온 길입니다. 팀 승리가 우선이지만 개인적으로도 500경기 출전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올 시즌에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요.”
현역 최고령 골키퍼로서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보다 마지막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혼자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죠.”
경남은 그에게 프로 생활 4번째 팀이다. 울산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포항 스틸러스, FC 서울을 거쳤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팀으로 그는 고향 팀을 선택했다.
“만약 경남이란 팀과 조광래 감독님이 없었다면 나의 선수 생활은 없었을 겁니다. 더 열심히 해서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게 해야죠.”
경남과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그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목표나 계획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만약 그때가 된다면 지도자 등 축구를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