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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9일 0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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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위해서는 인상의 보강이 필요했다. 심혈을 기울였지만 큰 진전이 없어 불안감이 커져가던 차. 사재혁은 우연히 85kg급의 최강자 류용(중국)의 인상 동작을 동영상으로 볼 기회를 얻었다. 거기서 ‘유레카’를 외쳤다. 말로만 듣던 ‘무릎의 이중굽힘동작’에 대한 느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사재혁은 “무릎을 통해 몸의 반동을 잘 이용하는 기술”이라면서 “몸에 기구를 가볍게 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로 역도장으로 달려갔다.
기나 긴 수행의 시간이 있어야 돈오가 가능한 법. 사재혁은 “갑작스러운 깨달음은 아니었다”고 말한 뒤 모든 공을 남자대표팀 이형근 감독에게 돌렸다. 이 감독은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해박한 역도이론가. 사재혁에게는 영원한 스승이다.
‘완벽한 자세’는 말이 아닌 몸으로 이해해야 하는 법. 이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사재혁이 잘못된 자세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시나브로 자세에 손을 댔다. 원리에 대한 이해가 쌓인 사재혁은 마침내 질적으로 도약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재혁은 “확답을 주지 않는 감독님의 교수법이 결국 생각하는 역도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형근 감독은 “사재혁의 잦은 부상이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었는데, 이제 부상 위협에서도 많이 벗어났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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