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피겨왕은 의병장 후손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독립운동가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로 관심을 모은 데니스 텐이 11일 주니어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동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텐은 12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팬들의 응원 속에 119.75점을 얻으며 총점 180.34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고양=연합뉴스
독립운동가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로 관심을 모은 데니스 텐이 11일 주니어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동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텐은 12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팬들의 응원 속에 119.75점을 얻으며 총점 180.34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고양=연합뉴스
민긍호 선생 고손자 데니스 텐, 주니어 男싱글 5위

“남아서 김연아 누나 응원해야죠.”

12일 주니어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데니스 텐(15·카자흐스탄)의 경기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주니어 선수에게 쏟아지는 관심으로는 이례적이었다. 텐은 구한말 의병장으로 큰 전공을 세운 독립운동가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고손자다. 그의 할머니는 민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64) 씨.

2002년 카자흐스탄 소년합창단 자격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던 텐은 지금은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피겨 유망주로 성장했다.

텐은 경기 뒤 “한국 팬들의 엄청난 선물에 감사하다. 국제대회를 다니면서 이런 환호는 처음이다. 내가 한국인의 피를 갖고 있어서 응원을 많이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8명 중 7위에 그쳤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역대 자신의 최고점인 119.75점을 얻으며 총점 180.34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던 텐은 “경기가 끝났으니 먼저 카자흐스탄에 계신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리고 싶다. 러시아에서 훈련하느라 할머니를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 할머니도 나를 굉장히 보고 싶어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든 경기가 끝났지만 텐은 “남아서 김연아 누나를 응원하고 싶다. 아직 제대로 만나서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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