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다이어리] 가을비룡 쉼없는 땀방울, 김성근식 철학에 물들다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7시 53분


‘선수마다 타고난 재능이 있고 아무리 훈련을 많이 받더라도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게 미국야구의 생각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야구는 최고의 정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크리스 아놀드(샌프란시스코와 긴테쓰에서 활동)’

틀림없이 자율훈련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28일 오후 2시 문학구장에선 SK 선수, 코치들을 거의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한 SK 김성근 감독은 “나도 끌려나왔어”라고 했지만 당연하다는 눈치였습니다.

명색이 프로인데 따로 출석체크를 할까요? 그런데도 박경완 김원형 조웅천 등 고참이 모두 나와 후배들과 똑같이 땀을 흘렸습니다. 훈련 중 김 감독이 “이진영” “박재홍”하고 부르면 누구라도 벤치까지 뛰어와 김 감독의 지시를 들었습니다. ‘김 감독이 SK에서 신처럼 군림 하는구나’란 확신이 든 순간이었습니다. 2시간 동안 가볍게(?) 치러진 훈련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조동화였습니다. 1,2차전 견제사를 거듭 당한 때문인지 얼굴이 수척했습니다. “잠이 오게 생겼어요?”라고 하더군요. 실수가 승부욕을 자극했는지 조동화는 훈련 종료 후 따로 남아 김성래 코치와 폼 교정을 하더군요.

실수하거나 패배하면 분한 마음을 가져야 프로다. 김 감독은 쿨이 아니라 핫을 요구합니다. 조동화 최정 정근우 김광현이 그렇게 키워졌지요. 패배를 빨리 털어버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속으로 끓이고, 어떻게든 만회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거기서 생존한 사자새끼만 김 감독은 보듬어 안습니다.

김 감독에게 야구는 단지 돈벌이 직업이 아닙니다. 인격 수련의 장이자 삶의 목적 그 자체로 보입니다. “사람을 먼저 만들고 선수를 만든다”란 그의 지론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감독은 메이저리그식 계약관계가 아니라 스승이자 교주여야 한다는 주의에 가깝죠. 훈련 뒤 서울의 호텔에 가느라 짐을 싸는데 가방 하나가 모조리 데이터더군요. “남이 요약해주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는 그이기에 28일 밤새 기꺼이 종이더미에 파묻힐 것입니다.

김 감독은 “인간은 한계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야구는 그저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영구불변의 가치를 갖고 있다. 야구를 통해 우리는 고귀한 정신과 미학을 배울 수 있다’는 일본야구의 정신론은 김성근 리더십과 맞닿아 있습니다. 문득 김 감독 궁극의 목표는 승리나 우승이 아니라 인격적 완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 =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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