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27일 09시 0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6일(한국시간) 비로 1시간 30분여를 기다린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5-4로 꺾고 2승1패로 앞섰다. 필리스는 9회 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날의 히어로인 포수 카를로스 루이스가 3루쪽 빗맞은 끝내기 내야안타로 결승점을 뽑아 레이스의 막판 추격을 따돌렸다. 4차전은 27일 오전 9시에 속개된다.
○ 자정이 훨씬 넘었네∼.
이장희의 노래 가사가 아니다. 3차전이 끝난 시간은 미 동부시간 새벽 1시47분으로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는 일기예보대로 오후 내내 굵은 빗줄기가 구장을 덮어 경기 진행여부가 불투명했다. 3차전이 순연될 경우 28일 이동일없이 7차전까지 벌어질 경우 5경기연속 강행군을 해야되는 상황. 그러나 1시간31분을 기다린 끝에 심판은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내야를 덮은 방수포 시설과 진공청소기처럼 물을 뽑아낸 배수시설은 메이저리그 구장다웠다. 4만5000여명의 관중은 감동의 월드시리즈인 때문인지 새벽 1시가 넘어도 구장을 뜨지 않고 지켰다.
○ 생큐 제이미
3차전 필리스 선발투수는 좌완 제이미 모이어였다. 1962년 11월18일 생으로 46세. 레이스 선발 맷 가르자는 24세. 거의 아버지와 아들 뻘의 나이차다. 모이어는 메이저리그 22년 동안 단 한차례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가는 팀이 약체여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에게 월드시리즈 인연은 12세 때였다. 1980년 필라델피아 JFK 스타디움에서 필리스의 첫번째 우승이자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 때 퍼레이드 참석이었다.
모이어는 필라델피아 인근 셀러스빌 출생이다.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난타를 당하며 부진했던 모이어는 12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월드시리즈 첫 무대에 올라 레이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128km 직구, 120km 체인지업, 110km 커브, 이보다 조금 빠른 컷패스트볼 등에 레이스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절절맸다.
모이어의 가장 빠른 볼은 131km였다. 6.1이닝 동안 5안타 3실점 1볼넷 5삼진으로 비록 승리는 셋업맨 라이언 매드슨이 날려버렸지만 팀 승리에 결정적인 주춧돌을 놓았다. 모이어는 ‘Pitching is offset timing.(피칭은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는 야구격언을 몸으로 보여줬다.
○ 크레이지 베이스볼
3차전 9회말은 한마디로 크레이지 베이스볼이었다. 레이스 구원 좌완 J P 하웰은 선두타자 에릭 브룬틀렛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레이스 조 매든 감독은 우완 그랜트 벨포어로 스위치타자 셰인 빅토리노를 상대하게 했다. 당연히 보내기번트 상황. 볼카운트 1-1에서 빅토리노가 번트 동작을 취하자 벨포어는 몸쪽 볼로 승부했다. 그러나 포수 디오너 나바로가 블로킹도 할 수 없는 폭투. 백스톱에 맞아 튕겨나온 볼을 이번에는 포수 나바로가 2루에 악송구했다. 주자는 무사 3루. 매든은 만루책을 쓰면서 대수비로 들어온 우익수 벤 조브리스트를 제5 내야수로 포진시켰다. 월드시리즈에서는 처음 나온 매든의 시프트였다. 끝내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시프트를 쓴 것으로 보인다. 우익수 자리는 비워 두고 외야 2명에 내야수 5명. 하지만 매든이 뽑아든 5명의 내야시스템은 무사 만루에서 루이스의 빗맞은 내야안타가 터지면서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 매든의 스몰볼
레이스는 2, 3차전에서 각각 4점을 뽑아 총 8점을 얻었다. 이 가운데 적시타로 얻은 점수는 2차전에서 B J 업튼의 적시타가 유일하다. 3차전에서도 적시타로 뽑은 점수는 하나도 없다. 희생플라이, 땅볼, 상대 실책으로 4점을 뽑았다. 특히 레이스는 발로 사실상 3점을 얻었다. 0-1로 뒤진 2회 1사 2루서 칼 크로프드의 3루 도루에 이은 희생플라이. 크로포드는 1-4로 뒤진 7회 선두타자로 나와서도 번트안타(1루심의 오심이었다)로 1루에 출루해 득점을 올렸다. 3-4로 뒤진 8회에는 선두타자 업튼이 2,3루를 연거푸 훔친 뒤 포수 루이스의 송구 실책으로 동점을 만드는 기동력야구로 필리스 배터리를 흔들어 놓았다.
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