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들의 힘으로…홍포 부활!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49분


홍성흔 솔로포 포함 3안타 “MVP 놓쳐 기저귀값 아쉽네요 ㅋㅋ”

두산 홍성흔(31)은 그답지 않게 어깨가 축 늘어져있었다. 플레이오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1, 2차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그는 3차전을 앞두고 “아직 안타 개시도 못했다. 이러다 계속 못 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힘없이 웃기만 했다.

3차전도 쉽지는 않았다. 7회 2사 1·3루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가장 뼈아팠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신고한 첫 안타도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 정규시즌 타격 2위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홍성흔은 희망을 봤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가 타격감을 되찾는 가장 흔한 계기가 바로 ‘바가지 안타’이기 때문이다. 4차전을 앞두고는 “이제 일이 좀 풀리는 거냐”는 질문에 “언제 꼬인 적이 있었냐”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4차전 첫 타석부터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1회 무사 만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더니 2회 2사 1·3루에서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2루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그리고 4회. 홍성흔이 받아친 삼성 전병호의 5구째 직구는 그대로 대구구장 정중앙 담장을 넘어갔다. 두산이 이번 PO에서 터뜨린 첫번째 홈런.

홍성흔은 “한 때 타격 1위를 달리면서 안타를 치려고 괜히 스케일이 작아졌다. 그 탓에 욕은 먹을 대로 먹고 남몰래 마음고생도 했다”면서 “경기 전 감독님이 ‘얼굴 좋아 보인다’고 힘을 주셨는데 그 ‘신기’ 때문인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4차전 최우수선수의 영광을 후배 정재훈에게 양보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지만 “둘째(화철)를 낳았으니 기저귀 값을 벌어야하는데 상금(100만원)을 뺏겨서 안타깝다”고 말하는 홍성흔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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