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투수코치 “선 감독님 퇴장됐으면 난 영원히 OUT이었지”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8시 41분


조계현코치 ‘선수때보다 더 떨린 PS’

“정말 십년감수했지.”

19일 대구구장에서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기 직전 삼성 조계현 투수코치(사진)는 그라운드로 나오면서 마주친 기자에게 먼저 겸연쩍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기자의 입에서 무슨 소리부터 나올지 직감했기 때문이겠죠. 플레이오프 2차전의 일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요. 그날의 일은 하마터면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해프닝이 될 뻔했습니다. 다들 눈치를 채셨겠지만 2차전에서 투수교체와 관련한 룰 착각 해프닝입니다.

19일자 신문에 이와 관련한 룰을 소개했지만 다시 한번 상황부터 복기해볼까요? 7회말 1사후 두산 채상병 타석 때 조 코치는 강광회 주심에게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한번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초구를 던지기 전에 또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향하려 했죠. 이때 강 주심이 조 코치를 제지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야구규칙 8.06 (c)항에는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같은 투수에게 2차례 나갈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정작 무서운(?) 룰은 그 뒤에 숨어있죠. 바로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혹은 코치)이 두 번째로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된다’는 조항이지요.

조 코치는 “긴장되다보니 정말 큰 실수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당시 선 감독은 덕아웃에서 조 코치를 부르며 교체를 지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덕아웃에 들어온 뒤 뒤늦게 불펜투수의 몸이 다 풀린 것을 알고는 타임을 걸면서 나가다 사태(?)가 커지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조 코치의 말에 따르면 두 번째 타임에서 주심도 처음에는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최수원 3루심이 황급히 달려와 주심에게 룰을 상기시켰다고 합니다.

조 코치는 “만약 감독님이 퇴장당했으면 어찌될 뻔했어. 감독님은 퇴장당하지만 나는 영원히 아웃됐을 것이다”며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주심도 경고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상당히 커졌을 거야. 지금이야 웃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아찔하다”며 웃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 조 코치는 대표팀 투수코치였습니다. 선수시절 ‘팔색조’로 불리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고요. 그런데도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 걸 보면 두가지 생각이 듭니다. 야구규칙은 소위 ‘쟁이’들도 착각할 만큼 복잡하다는 것과 포스트시즌 무대가 얼마나 긴장되는 무대인가 하는 점입니다.

조 코치는 “올림픽 때도 이만큼 떨리지 않았는데 포스트시즌이 되니 정말 더 떨린다. 선수 때보다 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관련기사]IF, ‘김재걸·박진만 호수비’ 없었다면

[관련기사]‘믿는 발’에 발등 찍힌 두산

[관련기사]가을이면 펄펄…전상렬은 ‘가을전어’

[관련기사]선동열 “연장은 싫고…‘맞고’로 하면 안될까”

[화보]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vs 두산 경기 주요 장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