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쳐서’ 미워할 수 없는 현수씨

  • 입력 2008년 9월 22일 08시 26분


롯데 유니폼을 입은 남학생 두 명이 21일 사직구장 3루 쪽 라커룸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엔 야구공을 꼭 쥔 채로였다. 잠시 후, 그들이 찾던 그 선수가 나왔다.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김현수(20). 재빨리 달려가 볼과 사인펜을 내민 그들은 사인하는 김현수를 향해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말 너무 잘 치십니다!”

김현수의 타격이 연일 화제다. 부산팬들마저 사로잡은 솜씨다. 좌투수와 우투수, 몸쪽과 바깥쪽,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잘도 쳐낸다. 2위 자리를 다투는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에서 그의 타격은 더 빛을 발했다.

19일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몸을 풀더니, 20일에는 2루타 두 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날아올랐다. 21일에는 2점포까지 쏘아올리며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상대팀인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조차 “리그 최고의 타자다. 맞히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고, 약점이 없다”며 극찬했다.

김현수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두산 김광림 타격코치는 안정적인 타격의 비결에 대해 “벽(왼쪽 어깨-골반-무릎까지 이어지는 축)을 잘 세워두니 시야가 넓고 어떤 공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점”이라고 설명하면서 자랑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걱정이 있다면 단 한 가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김현수가 슬럼프를 겪을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김 코치는 “그 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벌써 고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로이스터 감독의 말을 전해듣자 “못 들은 걸로 하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주변의 찬사에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나 다름없다. 아직까지는, 걱정 없이 흐뭇하게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을 듯 하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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