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저 소리와 함께 혈전이 시작됐다. 덴마크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하지만 은퇴했다 돌아온 아줌마 선수들은 초반부터 무섭게 돌진했다. 전반전이 끝나자 스코어는 14-14.
후반전은 더 힘들었다. 대회 내내 유럽의 텃세에 시달리긴 했지만 편파판정은 이날따라 더 심했다. 그래도 한국은 ‘뒷심의 나라’다. 후반전이 끝나는 순간 25-25로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두 차례의 연장전이 이어졌다. 첫 번째는 4-4, 재연장전은 5-5. 그 사이 120분이 흘렀고, 19번이나 동점을 이뤘다. 사실상 두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녹초가 됐다. 결국 피말리는 승부 던지기. 한국은 두 명의 선수가 골을 넣지 못했다. 덴마크가 4-2로 이겼다.
선수들은 엉엉 울었다. 얼굴은 땀과 눈물이 뒤섞여 엉망이 됐다. 벤치를 지키던 임영철 감독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임 감독은 “우리는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유명한 한마디로 편파판정을 꼬집었다. 한국 국민들, 그리고 전 세계가 함께 울었다. AP통신은 며칠 후 이 경기를 ‘아테네올림픽 10대 명승부’ 중 하나로 선정했다.
베이징=특별취재반
[화보]‘석연찮은 판정’ 한국 여자 핸드볼…결승 진출 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