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탈삼진쇼’ 미국이 숨죽였다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13일 열린 한국 대 미국의 야구 예선전에서 5회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이날 정대현은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포함해 2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3일 열린 한국 대 미국의 야구 예선전에서 5회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이날 정대현은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포함해 2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저 묵묵히 공만 던질 뿐이다. 세이브를 따내고도 슬쩍 미소 짓는 게 전부다. 평소에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야구대표팀 투수 정대현(30·SK). 프로 입단 후 마무리만 했던 그이지만 13일 베이징 우커쑹 제2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미국과의 1차전에선 중간계투로 나왔다. 오승환(삼성), 한기주(KIA) 등 빠른 공을 가진 소방수가 대표팀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3-2로 쫓긴 5회 1사 1, 2루에서 선발 봉중근(LG) 대신 마운드에 오른 그는 6회 홈런 한 방을 맞긴 했지만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포함해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비록 승리나 세이브와는 관계없었지만 5회 대량 실점 기회를 막고 한국이 8-7로 재역전승을 거두는 데 밀알이 된 것.

이날 경기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대현의 탈삼진 퍼레이드였다. 정대현은 6회 1사부터 5타자 연속 탈삼진 행진을 펼쳤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낮게 깔린 채 좌우로 변하는 그의 공에 미국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방 허공을 갈랐다. 미국 기자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정대현은 8년 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미국을 놀라게 했다. 당시 야구 대표팀의 유일한 대학생(경희대)이었던 그는 미국과의 예선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이더니 4강전에서는 6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그때도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잠수함 투수 정대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 첫 승을 거둔 날 ‘미국 킬러’ 정대현은 모처럼 크게 웃었다. 그는 미국 타자들에 강한 이유에 대해 “내가 생소한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면서도 “내 공을 못 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자신감을 갖고 원하는 곳에 던진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무리가 편하긴 하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 경기를 마치는 짜릿함이 좋다. 하지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간이든 마무리든 상관없다. 어느 나라와 맞붙든 위기를 끊는 게 내 역할이다. 이번 올림픽은 느낌이 좋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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