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4강 피말리는 연장전서 ‘오뚝이 투혼’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9분


끝까지 투혼 유도 남자 81kg급의 김재범(위)이 결승에서 만난 독일의 올레 비쇼프가 공격해 들어오자 안간힘을 쓰며 막아내고 있다. 김재범은 안뒤축후리기를 허용하면서 유효패해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끝까지 투혼 유도 남자 81kg급의 김재범(위)이 결승에서 만난 독일의 올레 비쇼프가 공격해 들어오자 안간힘을 쓰며 막아내고 있다. 김재범은 안뒤축후리기를 허용하면서 유효패해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재범 유도 男81kg급

금만큼 빛나는 은메달

올레 비쇼프(독일)는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업어치기도 해보고, 다리걸기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2005년 유럽선수권 챔피언 비쇼프가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김재범(23·한국마사회)은 힘이 빠져 있었다.

12일 중국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81kg급 결승. 김재범은 비쇼프에게 3분 30초 만에 안뒤축후리기 유효를 내줬고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김재범은 “체력적인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마지막까지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8강에선 주앙 네투(포르투갈)에게 연장 2분 56초 만에 지도승으로 힘겹게 이겼고, 4강에선 하윌라우머 엘몬트(네덜란드)와 연장전마저 5분을 꽉 채우는 혈투를 벌였다. 평소처럼 빠른 발놀림으로 상대를 흔들 수가 없었다.

체력이 떨어진 게 연장 승부 탓만은 아니었다. 김재범은 최근 간수치가 높아져 피로를 빨리 느낀다. 게다가 체급을 올린 지도 겨우 10개월밖에 안됐다.

김재범은 지난해 10월까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한국마사회), ‘무서운 신인’ 왕기춘(용인대)과 함께 73kg급에서 뛰었다. 경북 김천서부초교 2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김재범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를 꺾고 2005년 세계선수권 대표로 선발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격투기 종목에서 체급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맞서보지 못했던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범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 이원희에게 진 뒤 슬럼프에 빠졌다. 체급을 바꿔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당시 김재범은 “원희 형이나 기춘이를 피해 도망가는 건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변화를 주는 게 나를 위해 낫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73kg급 치고는 키가 179cm로 크다는 것도 이유였다. 체급을 올리면 체중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김재범은 체급을 올린 뒤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더 많은 땀으로 이를 극복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12월 KRA컵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독일오픈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김재범은 “올림픽을 1년도 남겨놓지 않고 체급을 바꾸는 것은 도박”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국제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국내 라이벌 송대남(남양주시청)을 제치고 올림픽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올림픽 결승에 오르며 ‘도박’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스물세 살 김재범은 10개월 만에 81kg급 세계 최강급으로 성장했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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