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金 1개가 인도 ‘잠자는 스포츠’ 깨웠다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3분


아브히나브 빈드라(26)가 세계 두 번째 인구 대국(약 11억3000만 명) 인도의 스포츠를 깨울 수 있을까.

빈드라는 11일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우승 소감은 “나의 금메달이 인도의 올림픽 스포츠 현실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이었다.

인도는 빈드라 이전에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모두 하키에 집중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지 20여 년 만에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스포츠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지녔지만 인도는 그동안 오로지 ‘크리켓과 하키의 나라’일 뿐이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올림픽 종목에 무관심했고 지원도 없었다.

빈드라는 부호인 아버지 아프지트 싱 빈드라 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홀로 연습해 금메달을 땄다. 펀자브 지역 최대 수출업자인 아버지가 마련해 준 개인 사격장은 냉방시설에 국제경기에서 사용하는 전자 표적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아버지는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딴 아들에게 20억 루피(약 491억 원) 상당의 5성급 호텔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해 화제가 됐다.

빈드라의 금메달은 ‘올림픽 3수’ 끝에 나왔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출전한 그는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7위에 올랐다. 그는 “나의 평생은 훈련의 연속이었다. 나의 일상은 표적지에 구멍 내는 일뿐이었다”고 말했다.

빈드라의 금메달을 계기로 인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도올림픽위원회는 빈드라가 금메달을 딴 다음 날인 12일 독일올림픽위원회와 올림픽 종목 교육 및 유소년 프로그램 발전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스포츠 강국인 독일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올림픽 아카데미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올해 말 인도 서부 푸네에서 열리는 커먼웰스 유스 게임을 통해 유소년 스포츠 발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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