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도 꺾지못한 美청년의 베이징 꿈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남자 평영 200m 출전 에릭 섄토

“고환암 조기 발견 경기후 수술키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암 선고를 받고도 올림픽 출전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 남자 평영 200m에 출전하는 미국의 에릭 섄토(25).

그는 올림픽 최종 선발전을 열흘 앞둔 6월 말 고환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왜 내게 이런 일이…”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빠졌지만 올림픽을 향한 열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위에는 이 사실을 숨긴 채 선발전에 나서 2위로 출전 티켓을 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아깝게 대표가 되는 데 실패한 뒤 4년 동안 올림픽 출전의 순간만을 꿈꾸며 바친 노력과 시간을 헛되이 할 수는 없었던 것.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암 세포의 크기가 작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기에 담당 의사로부터 베이징행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역시 지난해 폐암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그의 아버지 릭(62) 씨는 “너에게 암이 생긴 것일 뿐 암이 널 지배할 수는 없다”며 아들을 격려했고 베이징에 동행하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면서도 섄토는 “수영할 때 암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수영장이 휴식처인 것 같다”며 흔들림 없이 올림픽에 매달렸다.

동료와 코칭스태프는 그런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 수영 대표팀 관계자는 “누구나 인생의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편히 쉴 곳을 찾게 마련이다. 섄토에게는 바로 수영장이 그랬다”고 놀라워했다.

‘주부 선수’인 대러 토레스는 “용감한 섄토는 우리 대표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섄토는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면 부담감이 심해진다고 들었다. 나는 암 때문인지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삶에 있어 소중한 가치는 많기 때문”이라고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7차례나 투르 드 프랑스 챔피언에 오른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에 비유되는 섄토는 14일 경기를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20일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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