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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5일 0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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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cm 장신 차동민 빠지며 받아치기 기회포착
‘목표가 같다고 방법까지 같나요?’ 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의 황경선(큰 사진)은 ‘치고 빠지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차동민(작은 사진)은 ‘인파이터’ 방식으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저렇게 하는 게 태권도 잘 하는 겁니다.”
23일 태릉선수촌, 태권도대표팀 문원재(한체대교수) 코치가 -67kg급 황경선(22·한체대)을 보고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문 코치는 전(前)복싱챔피언 문성길과 장정구를 예로 들었다. “문성길처럼 한 대 맞더라도 KO 펀치를 날리는 스타일도 물론 화끈하지만 장정구처럼 안 맞으면서 때려야 결국 승리를 챙기지 않습니까?”
황경선은 동메달을 목에 건 2004아테네올림픽을 회상하며 “그 때는 무조건 ‘돌격 앞으로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이미 기술은 4년 전에도 세계최고였다. 황경선은 4년 간 노련미를 추가했다.
문 코치는 “(황)경선이는 이제 빠지면서 받아치는 데 능하다”면서 “상대의 빈틈을 보는 감각과 타이밍이 좋다”고 했다.
황경선은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경우가 드물다. 2-3점을 따고 나면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고, 철저하게 뒷문을 걸어 잠근다. 문 코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대로서는 더 약 오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황경선의 라이벌은 글라디스 에팡그(프랑스). 황경선은 2005·2007 세계선수권결승에서 에팡그에 6-2, 2-0으로 이겼지만, 2007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세계예선 결승에서는 2-6으로 패했다. 에팡그는 탄력이 좋지만 기복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코치는 “정공법보다는 위장공격으로 에팡그의 발이 나오는 타이밍을 본 뒤, 카운터블로로 점수를 따겠다”고 밝혔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유망주 차동민. 황경선과 서울체고-한체대 동기인 +80kg급 차동민(22)은 황경선과는 반대의 스타일로 금해법을 찾았다.
차동민은 신장 189cm로 국내선수가운데는 체격조건이 좋은 편. 긴 다리를 이용해 ‘빠졌다가 받아 차는’ 기술에 능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는 2m가 넘는 걸리버들이 버티고 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다바 모디보 케이타(말리)는 210cm. 문 코치는 “기존의 스타일로는 장신들을 상대로 점수를 딸 수 없다”면서 “무조건 제자리에서 발차기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인파이터로의 변신이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문대성의 회축 한방에 정신을 잃었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다. 하지만 올 초 그리스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왔을 때 스파링을 해 본 결과, 차동민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판단이다.
문 코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주먹점수를 많이 주기로 해서 주먹공격옵션까지 추가하고 있다”면서 “(차)동민이가 국제대회 경험이 적지만 오히려 전력노출이 적어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