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m직벽 2시간43분에 등정…요세미티 최고난도 암벽서 신기록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난도가 가장 높은 바위인 엘캐피턴 직벽 노즈 루트를 가장 짧은 시간에 등반한 미국인 한스 플로린(왼쪽)과 일본인 유지 히라야마. 보통 3∼5일 걸리는 910m 높이의 노즈 루트를 이들은 3일 2시간43분33초에 올랐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난도가 가장 높은 바위인 엘캐피턴 직벽 노즈 루트를 가장 짧은 시간에 등반한 미국인 한스 플로린(왼쪽)과 일본인 유지 히라야마. 보통 3∼5일 걸리는 910m 높이의 노즈 루트를 이들은 3일 2시간43분33초에 올랐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미국인과 일본인이 짝을 이룬 2인조 암벽 등반 팀이 세계 암벽 등반의 메카인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난도가 가장 높은 바위인 ‘엘캐피턴’을 가장 짧은 시간에 등반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인 한스 플로린(44)과 일본인 유지 히라야마(39). 이들은 3일 910m 높이의 엘캐피턴 직벽 노즈 루트를 2시간43분33초에 올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플로린과 유지는 세계 암벽 등반가 가운데 속도에 ‘집착’하는 대표적인 인물. 플로린은 1990년대 초 노즈 루트를 8시간 남짓 걸려 오르는 기록을 세운 뒤 기록이 깨질 때마다 재도전해 시간을 단축해 왔다.

2002년엔 유지와 함께 2시간48분에 올랐는데 지난해 10월 독일인 형제 토마스 후버와 알렉산더 후버가 2시간45분45초에 오르자 이번에 재도전해 기록을 또 앞당겼다.

이들의 등반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1960년 노즈 루트를 사상 두 번째로 등반한 톰 프로스트(72)도 이날 신기록 작성을 지켜봤는데 당시 프로스트의 등반 시간은 무려 7일. 요즘도 대부분의 등반 팀은 3∼5일이 걸린다.

플로린과 유지는 시간 단축을 위해 한 사람이 벽을 기어 올라가고 한 사람이 밑에서 자일을 잡아주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하나의 줄 양 끝에 한 사람씩 묶고 동시에 올라가는 급진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들의 속도 경쟁을 놓고 산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통주의자를 자처하는 등반가들은 “등반은 경쟁 스포츠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에 빨리 올라가 봐야 의미가 없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등반의 또 다른 분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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