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 LPGA 실전레슨]코닝클래식 우승 리타 린들리

  • 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13년만의 환호… 도전정신 강한 ‘억척 주부’

지난주 코닝클래식에서 장정 프로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리타 린들리(미국·사진)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하지는 않다.

1995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했으니 나보다 한참 선배지만 그동안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와 같은 조가 된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몇 번 안 되는 동반 플레이를 통해서도 린들리가 골프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도전정신을 가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은 티칭 프로인 그의 남편에게서 배우기도 했겠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서 자기 주위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때문이 아닌가 한다. 린들리는 언뜻 보기에 앳되고 귀여운 용모이지만 올해 37세의 주부이다. 나와의 유일한 공통점일 것이다.

린들리가 가장 아쉬워하는 대회는 아마도 1997년 LPGA챔피언십이 아닐까 한다. 당시 투어 3년 차로 패기만만하던 린들리는 크리스 존슨과 연장 접전 끝에 패했다. 당시 나는 미국에 없었지만 내 캐디인 숀이 그때 플레이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아주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끈질기게 존슨을 괴롭혔다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멋진 순간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투어에서 카드를 잃지 않고 플레이를 했지만 13시즌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비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지난주 첫 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회 장소인 코닝CC가 6200야드가 조금 넘을 정도로 짧았던 것도 분명 도움이 됐다.

어쨌든 오랫동안 고생한 끝에 우승을 얻어냈으니 동료 선수로서 축하할 일이긴 하다. 다만 연장전에 같이 나간 선수가 한국 선수였다는 점은 솔직히 아쉽다.

연장전이 끝나고 아들인 콜과 딸 리즈가 쪼르르 뛰어나와 엄마 품에 안기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나도 우승을 차지했을 때 아이들과 기쁨을 함께할 날이 올 것이라 살짝 기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미국 찰스턴에서>

“귀로 홀컵소리 확인” 머리 절대 안들어

■ 한희원이 본 린들리의 퍼트

리타 린들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인정하는 쇼트 게임과 퍼트의 명수다.

키 162cm인 그는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231야드로 170위에 불과하다. 그래도 60타대 성적은 13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쇼트 게임과 퍼트로 타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 코닝클래식 연장 첫 번째 홀에서도 1.5m 정도의 짧지만 어려운 버디 퍼트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1∼1.5m의 퍼트는 프로들도 까다로워하는 거리다. 단 한 차례도 우승을 해보지 못한 선수가 중압감을 떨쳐버리고 그 퍼트를 성공시킬 정도라면 기술과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짧은 퍼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면과 집중력 모두 중요하다.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는 퍼터 페이스를 끝까지 목표방향을 향해 밀어준다는 기분을 가져야 한다. 아주 짧은 거리라서 퍼터 페이스가 닫히거나 열릴 경우 방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홀을 맞고 튀어나가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퍼트 스트로크를 할 때는 끝까지 머리를 들지 않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눈으로 결과를 확인하지 말고 들어간다는 믿음으로 볼이 홀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겠다는 자세로 퍼트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긴장되는 순간에는 이를 잊어버리게 된다. 퍼트하기 전에 이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마음속에 새기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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